김포시, 명예훼손·모욕 등 수사의뢰 예고

인천 부평구노조도 악성민원인 고발 검토

“관련법 적용 검토중이지만 판단 어려워”

전문가 “지자체가 나서고 법률 마련해야”

인천 부평구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이후 악성민원에 대한 법적대응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사진은 인천 부평구 전경. /경인일보DB

‘좌표 찍기’와 항의전화 폭주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이 세상을 등진 이후 악성민원에 대한 법적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직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개개인의 법적대응에 한계가 있어 기관차원의 고발과 이를 위한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3월 11일자 2면 보도=정부 ‘악성민원 TF’ 첫 가동… 기대보다 우려)

김포시는 지난 11일 “공무집행방해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누리꾼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포시는 13일 오전 중 김포경찰서를 방문해 수사의뢰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시의 이 같은 강경 조치에 발맞춰 타 지자체에서도 악성민원에 대한 법적대응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인천 부평구지부는 최근 수년간 민원을 통해 구청 직원들을 힘들게 한 A씨를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2일 부평구지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부평구의 여러 행정에 불만을 품고 연간 300여 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해왔다. 그는 치료비를 지원받지 못해 장애가 생겼다는 등의 억지 주장을 펴고,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지부는 밝혔다.

A씨의 집요한 민원으로 인해 부평구 공무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왔으나 피해 당사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는 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아 법적대응까지 이어진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부평구지부는 이번 김포 사건을 계기로 피해 당사자들을 대신해 고발을 준비하고 있지만, 법률 적용을 놓고 판단이 서질 않아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김희경 부평구지부장은 “피해 당사자가 고발했다가 무혐의라도 나오면 심리적 압박감이 더 커질 수 있어 노조가 추진하려는 것”이라면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혐의를 검토 중인데 정확히 어떤 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또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하려면 수차례 동일한 내용을 안내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접근해 악성민원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걸 공무원 개인이 증명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그러면서 “무혐의로 결론 나면 오히려 고발인이 난처해지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법률상담과 증거수집을 돕고 악성민원의 기준을 수립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도 “악성민원 관련 법률을 마련하고 처벌조항까지 넣어야 민원인들도 경각심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민원통화 도중 고지를 한 이후에야 녹음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 지침도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