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구독해야 스마트폰 등 시청 가능해
신규 막고 '진성 야빠'만 보는 양극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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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리그 kt wiz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에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4.3.1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진성 야빠(야구 마니아)만 야구보는 시대?'


올해부터 본격화된 TVING(티빙)의 KBO 독점 중계가 불러올 신풍경에 kt wiz에도 비상이 걸렸다. 상위 성적 프로구단 중 유독 팬층이 얕은 KT는 팬 마케팅에 고심을 거듭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OTT를 구독해야만 스마트폰 등으로 야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스포츠'의 아성은 사라지고, '관람 양극화'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9일 개막한 프로야구 시범경기부터 티빙을 제외한 온라인 야구 관련 사이트에서는 무료 실시간 중계 서비스가 종료됐다. 이에 따라 유무선 기기로 야구 경기를 시청하려면 티빙에 가입한 뒤에야 관련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오는 4월까지는 무료지만 이후 유료 구독제로 전환된다.

앞서 쿠팡 등 다른 OTT 업체에서 해외 스포츠 리그를 독점 중계한 적은 있었으나, 이를 국내 프로 야구에 도입하는 건 의미가 유독 남다르다. 팬덤 규모가 가장 큰 야구는 '국민 스포츠'라는 인식이 오랜 기간 자리잡았던 점이 한몫한다.

아직 시범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야구 팬들의 아우성은 벌써부터 터져나온다. "왜 스트레스를 내돈내산(내 돈 주고 보면서까지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다)해야 하나"라는 자조 섞인 반응 등 보편적인 스포츠인 야구를 보기 위해 추가로 값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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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OTT 독점 중계가 단순히 비용 부담을 넘어 신규 야구팬 유입을 막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수 시민들이 야구 경기 자체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접근성이 낮아지는 탓이다. 여태까지는 포털 등으로 시청하다가 자연스레 흥미가 생기고, 직관을 가기 시작하면서 특정 구단의 팬덤에 유입됐다.

물론 티빙에서 중계권을 재판매해 다른 매체에서도 야구 경기를 틀어주는 방식이 있으나, 아직은 전망이 어둡다. 지난 1월8일 티빙은 KBO 독점 중계권을 얻기 위해 연평균 45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막대한 예산안을 제시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비용을 어느 정도 회수하려면 당분간 독점 형태를 유지하면서 야구팬을 OTT 가입자로 유인해야 한다.

결국 야구 고관여층은 기꺼이 이용권을 구독해 관람하는 반면, 야구에 문외한인 사람은 아예 시청을 하지 않는 '관람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중계 방식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면서 그간 신규 팬 유입 등 팬덤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 온 KT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KT 관계자는 "아직 시범경기 단계라 정규리그까지 지켜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티빙을 활용해 마케팅할 수 있는 전략도 구상 중"이라며 "현재도 뉴미디어 채널 강화, 지역성을 활용한 신규 팬 유입을 다각도로 진행해 팬덤을 강화하고 팬층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