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아이템' 1030 유혹… '브랜드 협업' 팬심 공략
인천Utd 블루마켓 상설운영 1개월만 1600명 결제
수원 삼성, 강등에도 유니폼 판매량 작년 2배 늘어
SSG 랜더스, 홈·원정 2만1천장 완판·모자 4천개
KT, 직관때 사용 '비트배트' 최고 인기상품 등극
여성 팬들 주요 소비층 자리잡으면 관련시장 커져
젊은층 일상속 구단 굿즈 착용·활용 등 니즈 높아
'언더마이카'와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 의류 선봬
관람객 위한 효과적 마케팅 서비스 등 기획 고심
프로축구 K리그와 프로야구 KBO리그가 개막하면서 경인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유니폼과 상품 판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10~30대 젊은 연령대의 팬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각 구단의 마케팅 전략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 인천Utd '블루마켓' 개장 한달만에 2천명 방문… 수원삼성 'K리그2 강등' 악재에도 변함없는 팬심
지난 12일 오후 1시께 찾은 인천 중구 신포동 '인천유나이티드 블루마켓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 평일 점심시간이 막 지날 무렵이었지만,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과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인천의 스타플레이어인 무고사와 김도혁 선수의 유니폼을 구매하는 20대 여성팬들, 인천유나이티드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를 사가는 40대 남성 등 블루마켓을 찾은 고객들의 연령대도 비교적 다양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가운데 최초로 지난해 12월 신포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했다. 당시에는 이틀 동안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유니폼과 협업 상품을 판매했는데, 1천여명의 팬이 이곳을 찾는 등 높은 호응을 받았다. 인천유나이티드는 팝업스토어 종료 이후 2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달 17일부터 블루마켓 플래그십 스토어를 상설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설 매장으로 전환한 지 1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유니폼과 각종 머천다이징(MD) 상품을 결제한 사람만 1천600명을 넘는다는 게 블루마켓 관계자의 설명이다. 블루마켓 관계자는 "매장 오픈 초반에는 예약제로 운영해 한꺼번에 많은 고객이 매장에 들어올 수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기대 이상의 반응"이라며 "지난 1일 열린 개막전을 전후로 많은 팬이 이곳을 찾아왔다"고 했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막강한 팬덤을 지니고 있는 '축구 명가' 수원 삼성 블루윙즈(수원삼성) 역시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유니폼과 상품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인해 K리그2로 강등되는 악재를 맞았지만, 수원삼성을 향한 팬심은 식지 않았다.
지난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전에는 1만4천196명의 관중이 운집해 K리그2 사상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유니폼 판매량 역시 온라인 스토어와 수원월드컵경기장 내 오프라인 매장 수량을 합쳐 5천장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개막전 판매량보다 2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리그 강등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던 연간 회원권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구단 측 설명이다. 올 시즌 우선 예매 권리가 보장된 5만원 상당의 '블루 패스 멤버십'은 2천장 이상 팔리는 등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 2024시즌 앞두고 유니폼 새 단장한 SSG·KT, 개막 앞두고 팬들 관심↑
KBO리그 역시 오는 23일로 예정된 개막전이 다가오면서, 새 시즌을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감이 유니폼 판매량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경인지역 프로야구단인 kt wiz와 SSG 랜더스는 공교롭게도 올해 시즌을 앞두고 유니폼을 새롭게 선보였는데, 개막까지 2주가 남은 가운데 유니폼과 상품 판매량이 예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SG 랜더스는 지난달 7일부터 새 유니폼 판매를 시작했는데, 2만1천장의 홈/원정 유니폼이 '완판'됐고, 모자도 4천개가 넘게 팔리는 등 지난해보다 판매 속도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게 구단 측 설명이다.
kt wiz의 경우 올 시즌 선수단이 착용할 새 유니폼의 판매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입어 유니폼과 상품 판매량이 2배 이상 증가한 만큼 올해도 매출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kt wiz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관중 방문이 없었던 2020~2022년을 제외하면, 2019년 대비 지난해 유니폼 판매량은 126% 늘었다"며 "경기를 직관할 때 팬들이 사용하는 '비트배트(무선주파수를 통한 중앙 제어형 무선 응원도구)'도 굿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라고 했다.
■ 2030 젊은 팬 대거 유입이 판매 증가 이끌었다… 브랜드 협업상품으로 팬심 공략 나서는 구단들
이처럼 프로스포츠 유니폼·상품시장의 판이 커진 건 10~30대 젊은 층, 특히 여성 팬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에는 경기를 보면서 입기 위한 목적의 유니폼 구매 비율이 높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유입된 젊은 팬들은 평소에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는 문화가 자리하기 시작했다는 게 이유다.
김재웅 SSG 랜더스 마케팅팀장은 "젊은 팬들은 일상 속에서 구단 굿즈를 입거나 사용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다"며 "구단도 이런 트렌드에 따라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방향으로 상품을 제작 중"이라고 했다.
팬들이 원하는 상품을 내놓기 위해 구단들은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 크리에이티브 브랜드인 '오버더피치'와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은 오버더피치와 협업해 지난해부터 기획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인천유나이티드는 지난해 창단 20주년을 맞아 2003년 첫 시즌의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의류를 선보였다.
수원 삼성도 올해 초 K리그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2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2002시즌의 유니폼을 오버더피치가 재해석한 '올드 유니폼'으로 출시했다.
SSG랜더스는 2022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30초 완판 브랜드로 유명한 '언더마이카'와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 의류를 선보였고, 모기업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SSG닷컴과 연계한 굿즈를 판매해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KT위즈는 올 시즌 새 유니폼을 스포츠 유니폼 전문 디자인 유튜버 '주모튜브(jumotube)'와 협업해 제작했다. 일상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이나 의류를 입은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하는 젊은 팬들의 니즈를 공략하기 위해 2030 세대의 호응이 높은 브랜드나 디자이너와 손을 잡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김재웅 SSG 마케팅팀장은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은 (기존의 마케팅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팬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며 "경기장을 방문하는 관람객의 여러 유의미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서비스와 상품을 기획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