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주민입장·형평성 고려
2018년부터 2년 단위로 허용
민원·이미지 고려 허가 종료
개 이어 도축시설 모두 사라져
전국 최대 민속 5일장인 성남 모란시장 인근에 자리잡고 있던 닭·흑염소 도축장이 전면 폐쇄됐다.
개에 이어 닭·흑염소 도축 시설도 사라진 것으로 모란시장 이미지를 짓눌렀던 '도축장 시대'가 비로소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18일 경기도·성남시에 따르면 모란시장 인근 시유지인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아래쪽에 위치한 닭·흑염소 도축장은 2018년 12월 경기도가 모란시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허가를 내줬다. 당시 모란시장에서는 개와 흑염소 등이 불법 도축돼 왔는데, 도는 위생적이고 합법적인 도축을 이끌어낸다는 목적 아래 허가를 내준 것이다.
도는 이후 2년 주기로 모란시장 상인회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한국 축산 혁신 협동조합'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해당 시설의 사용을 허가해 왔다.
하지만 도축장이 주택가 인근에 있으면서 악취 등의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모란시장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자 도는 더 이상 도축장 시설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고 지난해 3월 대체지를 찾는 기간을 준다며 1년간만 허가를 내줬다. 이에 조합 측이 반발했지만 도는 지난 13일 최종적으로 폐쇄를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경기도로부터 허가만료 공문이 접수돼 조합 쪽에도 통보됐고 도축장 영업은 중단된 상태다. 조만간 도가 지원한 차량과 트레일러 등을 처분하고 시설도 철거할 예정"이라며 "조합 측은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주민들의 입장, 형평성 원칙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모란시장에서는 2001년 당시 54곳의 업소에서 살아 있는 개를 진열·도축해 판매했다. 도살과 악취 등의 민원과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끊이질 않자 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는 2016년 12월 업무 협약을 맺고 도시 이미지 개선 차원의 작업을 진행했다.
또 시는 1곳 남아있던 개 도축 시설에 대해 2018년 5월 행정대집행을 하며 강제 철거한 바 있다. 이번에 닭·흑염소 도축장도 문을 닫으면서 모란시장 '도축장 시대'가 최종적으로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게 됐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