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감동 시키고 돌아온 '인천 소녀'… "소극장서 나만의 노래"
피아노 한 대 두고 연주·노래·토크쇼 진행… 하루만에 티켓 매진
유럽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서도 2위… 첫 싱글 호주차트 1위 데뷔
"어린 시절 기억 새록새록… 5월쯤 재방문 공연기회 더 많아지길"
지난 16일 인천 미추홀구 문학시어터에선 호주와 유럽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한국계 싱어송라이터 임다미(36)의 국내 첫 단독 공연이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했냐고?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임다미 콘서트는 지난 1월 중순 입장권을 판매한 지 하루만에 전석 매진됐다. 그의 공연을 보러 폴란드에서 한국까지 날아온 관객도 있었다. 유튜브로 생중계한 이날 공연은 해외 팬들이 더 많이 시청하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오히려 한국에서 공연 소식이 조용히 지나간 게 신기할 정도였다.
공연 직전 리허설을 마친 임다미를 만났다. 그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만 소통했던 한국 팬들을 소극장 공연에서 가까이 만나 설레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에서 태어난 임다미는 9살 때까지 인천 부평 캠프마켓 인근 동네에서 살다가 호주 브리즈번으로 이민을 떠났다.
"호주에서 활동하면서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한국 분들이 SNS 댓글 등으로 응원해줬어요. '한국에는 언제 오세요'라고 묻는 분도 많았고요. 그분들 얼굴을 소극장에서 가까이 보며 공연해서 굉장히 좋아요. 티켓이 하루만에 매진돼 놀라기도 했고요."
대표곡 'Super Love'와 'Alive'를 열창하며 무대의 막을 올렸다. 임다미의 첫 싱글 'Alive'는 호주 주간 차트 1위로 데뷔했으며, 뒤이은 'Dami Im' 또한 호주 차트를 휩쓸었다. 'Alive'는 2013년 '더 엑스 팩터 호주' 다섯 번째 시즌 우승자로서 주어진 곡이다.
호주의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임다미는 2010년 한국에서 잠시 가스펠 가수로 활동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브리즈번으로 돌아와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다시 가수를 꿈꾸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전 세계에서 방영하는 오디션 TV 프로그램 프랜차이즈 '더 엑스 팩터'의 호주 시즌 참가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첫 번째 오디션에서 내성적으로 보이는 동양인 임다미에게 퉁명스럽게 질문하던 호주의 내로라하는 스타·심사위원들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임다미의 노래에 빠졌다. 호주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결국 '더 엑스 팩터 호주'에서 동양인으론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가 한국인, 동양인 이민자는 '더 엑스 팩터 호주'에서 우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했어요. 10주 넘도록 매일 제가 TV에 나왔죠. 그후 10년이 지나면서 이젠 호주 오디션·음악 TV 프로그램을 틀면 다양한 인종이 나오고 있고, 그분들이 더 당당하게 활동하는 그런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저도 호주의 가장 큰 국경일인 '호주의 날' 기념 축하 공연에 매년 나서고 있어요."
임다미의 도전은 그의 노래 'Alive' 가사 같았다. 'Break the lock and get something more(자물쇠를 부수고 더 많은 것을 얻어라). Make a move cause You're Alive, Alive(움직여, 넌 살아있으니, 살아있으니).'
임다미는 2016년 유럽 각국 대표 가수가 참여하는 유럽 최대 음악 경연 TV 프로그램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호주 대표로 참가해 2위를 기록했다. 역대 호주 출전자 중 최고 순위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임다미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으나, 전화 투표 결과를 합한 결과에서 아깝게 2위로 내려갔다. 유럽에 속하지 않은 나라 참가자에게 쉽게 표를 주지 않은 결과다. 1956년 시작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아바(ABBA), 셀린 디온 같은 스타 뮤지션을 배출했다.
"유명해지면서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해 활동했으나, 제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몇 년 동안 힘들었죠. 소속 회사와의 갈등도 있었고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3년 후 메이저 레이블을 나와서 저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첫 한국 공연은 소극장 특성상 피아노 한 대를 두고,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했다. 경연 프로그램 등 큰 무대에 익숙한 임다미에게도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 소극장이라 더욱 좋았다고 한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문학시어터 현어진 극장장은 "워낙 훌륭한 아티스트이므로 아티스트에게 무대를 맡겼다"고 했다.
"유로비전 출전 곡 'Sound of Silence', 한국에서 TV 광고 삽입곡으로 쓰였다고 하는 'Smile' 등 한국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는 제 곡뿐 아니라 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제가 좋아하는 한국 노래를 공연 곡으로 선곡했어요. 제 롤모델은 호주나 미국 가수가 아니라 한국 가수 '보아'(BoA)예요. 보아는 첫사랑 같은 아티스트죠."
애초 이번 공연은 예정에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가족과 친척을 만나러 오랜만에 한국을 찾을 계획을 세웠는데, 임다미의 매니저와 아는 한국 현지 기획사 대표가 방한 기간을 놓치지 않고 공연을 성사시켰다.
임다미는 한국 방문에 맞춰 에세이 '더 히어로'를 출간하기도 했다. 과거 그는 호주, 미국, 캐나다에서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인천은 무척 오랜만에 방문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인천 부평이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 기억 대부분을 차지해요.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고, 떡볶이를 사 먹고, 학교 앞에선 누군가 병아리를 팔기도 했죠. 현대백화점 부평점(2003년 폐점)이 없어졌다는 것도 오늘 기자님한테 처음 들었네요. 참 추억이 많은 곳이었는데…."
'더 엑스 팩터 호주' 우승 후 10년이 지났다. 지난 2022년에는 '엄마'가 됐다. 임다미는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새로운 계절이 열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소수 이민자 출신 가수가 아닌 호주 대표 디바로서, 엄마로서 새로운 계절을 용기 있게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부른 지난해 발매 앨범 수록곡 'Collide'가 그런 감정을 담은 노래예요. 출산하면서 삶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컸거든요. 이전 계절을 보내는 것에 대해 애도하고, 새로운 계절에서 또 다른 고개를 넘어 가자는 메시지를 담아 노래를 만들었어요. 'Collide' 뮤직비디오에서 한복을 입었는데, 호주에서 굉장히 반응이 좋았어요. 곧 출국했다가 5월쯤 한국에 다시 올 생각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공연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라요."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가수 임다미는?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나 인천 부평구 대정초등학교를 다니다 9살 때 호주 브리즈번으로 이민을 떠났다. 피아니스트로서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2013년 '더 엑스 팩터 호주'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했다. 과거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우승자와 같은 위상으로 호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호주 대표로 참가해 2위를 기록했다. 임다미의 호주 첫 앨범은 차트 1위를 석권했고, 이후 10년 동안 낸 스튜디오 앨범 4개 모두 호주 차트 10위 안에 들었다. 현재 남편, 아들과 함께 호주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