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한 김혜순 시인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이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 시 부문을 수상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4월 서울 마포구 문학과지성사 사옥에서 열린 14번째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의 모습. /연합뉴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검은 날개를 들어 올리듯 / 마스카라로 눈썹을 들어올리면 // 타일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나를 떠밉니다 // 내 시를 내려놓을 곳 없는 이 밤에” (김혜순 時 ‘날개 환상통’)

김혜순 시인이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 시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미국의 저명한 출판상인 NBCC 어워즈에서 한국 작가가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세계 시의 날인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스쿨에서 열린 ‘2023 NBCC 어워즈’에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는 ‘날개 환상통’의 영어판인 ‘팬텀 페인 윙즈(Phantom Pain Wings)’를 시 부문 수상작으로 꼽았다고 발표했다.

NBCC 어워즈 시부문에서 번역 시집이 수상한 것은 상 제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NBCC 어워즈 시 부문 최종후보작 5개 중에서 번역본은 김혜순 시인의 ‘날개 환상통’이 유일했다. 경쟁작으로는 ‘모든 영혼들’(새스키아 해밀턴), ‘무뢰한들의 모임’(로미오 오리오건), ‘안내 데스크’(로빈 시프), ‘미세 증거’(샤리프 새너헌) 등 4개 시집이 올랐다.

‘날개 환상통’은 김혜순 시인의 열세번째 시집으로, 등단 40주년이던 지난 2019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영어 번역은 한국계 미국인인 최돈미 시인이 맡았으며, 지난해 5월 미국 출판사 뉴디렉션 퍼블리싱에서 출간된 뒤 현지 평단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말 선정한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 포함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김혜순 시인과 번역가 최돈미 시인은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김혜순 시인은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전혀 수상을 기대하지 못했다. 아시아 여자에게 상을 준 것이 놀랍고 기쁘다. 훌륭한 번역으로 오래 함께해온 최돈미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NBCC는1975년부터 매년 그 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영어로 쓰인 최고의 책을 선정해 시·소설·논픽션·전기·번역서 등 부문별로 상을 준다. 1974년 뉴욕에서 창립했으며, 미국의 언론·출판계에 종사하는 도서평론가들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