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와 짜릿한 즐거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


한강 가로지르는 최초 출렁다리
신륵사 관광지~금은모래유원지
총길이 515m… 내년 3월 개통식
자연경관·문화예술 공간 재탄생

강천섬 힐링 캠핑존 재개장 준비
체험레저지구·자전거 도로 조성
스포츠 연계한 경제 활성화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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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는 출렁다리를 중심으로 신륵사관광지와 금은모래공원을 연계하여, 쇼핑과 주야간 볼거리, 체험, 숙박을 아우르는 체류형 관광지를 만들어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여주시 제공

관광과 여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다. 관광에 의존하던 지역경제는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여행자들이 고려해야 할 것은 더 많아졌고, 여행지의 환경이나 위생에 대한 안목도 더 높아졌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여행 및 관광 개발 지수(TTDI)'(2021)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 역학의 변화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 보고서는 '국내 관광, 집 근처 여행, 야외 활동, 자연 기반 상품 및 농촌 관광'을 관광과 여행산업을 회복시킬 주목할 만한 추세로 꼽았다. 이는 '경이로운 자연', '야외 활동', '농촌 숙박' 같은 주제에 대한 온라인 검색이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과도 일치했다.

■ 영릉 관람객, 팬데믹 이전 70% 회복

여주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여주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영릉의 방문객 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두 해 동안 40만명대에서 20만명대로 절반이나 줄었다. 다행스럽게 회복이 시작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영릉 방문객 수가 2022년에 26만명, 지난해인 2023년에는 28만명으로 70% 수준까지 늘었다.

시는 인구감소 시대에 주된 대응 전략을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기대고 있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에 거는 기대도 크다. 정주 인구의 증가보다는 체류 인구를 늘리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그 효과가 빠르기 때문이다.

올해 시 관광 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여주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지리적 중심인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다. 대개 경관이 빼어나고 명성이 높은 관광지에 놓이는 출렁다리나 케이블카는 그 화제성과 시너지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관광상품이다.

하지만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처음의 공언을 끝까지 유지한 사례는 많지 않다. 방문객의 일시적인 쏠림 현상과 잠시 머물다 가는 볼거리 관광만으로는 주변 상권을 포함한 지역경제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이용객이 연간 70만명 이상 유지하는데도 설악동 상권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 그 한 예다.

■ 길이 515m 출렁다리 내년 3월 개통식

여주의 출렁다리는 폭 2.5m에 총연장 길이가 515m로 신륵사관광지와 금은모래유원지를 남북으로 연결한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최초의 출렁다리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들인 건설 비용이 320억원에 이른다.

시는 내년 3월 개통을 계기로 '관광 원년의 해'로 삼아 선포식도 계획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가 구상하고 추진하는 관광 사업의 목표는 무엇일까.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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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우 시장은 "여주를 가보고 싶은 곳, 그것도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즐기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며 "체류형 관광을 통한 지역 상권의 활성화"란 말로 남한강변 관광자원 개발 구상을 요약했다.

곧 출렁다리라는 새로운 거점 시설을 중심으로 신륵사관광지가 있는 북단과 금은모래공원이 있는 남단 양안을 연계해 쇼핑과 주야간 볼거리, 체험, 숙박을 아우르는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어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출렁다리에는 LED 조명으로 '미디어 파사드'를 연출해 24시간 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야간에도 황포돛배를 운영해 여강의 밤 풍경을 즐기는 빛의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꾸민다.

출렁다리 북단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품은 천년 고찰인 신륵사와 박물관, 도예문화단지 등 문화시설이 있지만 숙박 등 여행자들을 위한 시설이 낡고 미비해 신륵사의 자연경관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문화 명소로 재탄생한다. 이를 위해 숲속에 공연장과 카페, 경관 조명을 설치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축제의 공간으로 연출한다. 이곳에 숙소와 커뮤니티 기능을 갖춘 관광여행자센터도 연내 완공할 예정이다.

출렁다리 남단에는 광장과 휴식공간, 근린생활시설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강변을 따라 10개의 객실을 갖춘 콘도미니엄을 조성하기 위한 민자유치계획도 진행 중이다.

■ 남한강을 따라 유기적 관광생태계 구축

시의 계획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남한강을 거점으로 출렁다리 상류인 강천섬 일원은 힐링지구로, 하류인 이포보 및 당남리섬 일원은 체험레저지구로 지정해 유기적인 관광생태계를 만들어 체류, 숙박, 음식, 특산물 판매로 지역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강천섬에는 2022년에 개관한 힐링센터를 중심으로 명상, 테라피 등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대상에 맞는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자연 풍광이 수려해 백패킹 성지로 널리 알려진 강천섬에는 캠퍼와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올 상반기 중 힐링 캠핑존으로 재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수변공원 지정을 통해 친환경 테마공원으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이포보와 당남리섬 일원은 안전하고 효율성이 좋은 계류식 헬륨기구를 띄워 남한강의 자연을 하늘 위에서 감상하는 기구 체험장으로, 양촌 저류지 일원은 중장기적으로 저류지 기능은 유지하되 수로를 이용해 카누 등 무동력 수상레저 활동을 위한 명소로 만들어 지역주민들을 위한 소득창출 기회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남한강 자전거길에 관광지를 연계하는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여주를 스포츠 관광도시로 만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세종대왕릉, 신륵사 등과 같은 역사적 명소를 남한강과 그 샛강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둘러볼 수 있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자전거 네트워크를 구축해 스포츠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포부다.

여주는 경기도에서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도시다. 관광이란 볼거리나 즐길거리 같은 소재를 소비하고 그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산업이긴 하지만, 상업화를 넘어선 그 무엇이기도 하다. 어떤 이에게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성찰을 일깨우는 기억의 장소이자 새로운 이해의 방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시는 관광과 여행의 가치를 남한강에서 찾은 듯하다. 여주가 누구나 즐겨 찾을 수 있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곳,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행복 생활권'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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