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양산시 등 폭언·폭행 대비
구리·속초, 채증장비 배부 나서
군포시장 "정부 대책만으로 부족"
'충주시 홍보맨' 추모 영상 화제
항의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이 세상을 등진 이후 기초지자체 단위의 메아리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중앙부처 합동 악성민원 TF와 별개로 저마다 자구책 마련에 고심 중인데, 정부대책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해석된다.(3월5일 온라인 보도=[단독] 인터넷카페 좌표 찍힌 김포시 공무원 숨진채 발견)
먼저 전북 전주시는 지난 8일 경찰과 함께 악성민원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경남 양산시도 13개 읍면동 민원창구에서 일제히 폭언·폭행 대비훈련을 했다. 이들을 시작으로 인천 부평구, 울산 동구, 경남 거창·고성·남해군, 충북 진천·음성군 등에서도 훈련이 이어졌다.
구리시와 강원 속초시 등은 웨어러블캠 또는 녹음기능공무원증 등 채증장비를 직원들에게 배부했다. 또 전남 장흥군은 민원응대 공무원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서울 성동구는 악성민원 예방을 목적으로 전체 동주민센터에 상호존중안내문을 설치했다.
기관장들도 팔을 걷었다. 따로 김포공무원 추모공간을 조성했던 최대호 안양시장은 "공무원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자체적인 대책을 수립했다고 지난 19일 알렸다. 같은 날 박희조 대전 동구청장은 민원공무원 간담회를 개최해 악성민원으로부터 보호를 약속했다.
박경귀 아산시장은 "법령과 당사자에만 맡길 게 아니라 모든 부서가 조직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력대응 방침을 시사했고, 하은호 군포시장은 "행정안전부의 악성민원 대응요령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법적조치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주시의회에서는 김포사건을 언급하며 민원업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발언이 나왔다. 곧이어 이범석 청주시장은 민원공무원 간담회에서 악성민원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이동환 고양시장·조길형 충주시장·신계용 과천시장도 악성민원 대응의지를 차례로 표명했고, 광역단체 중에는 지역언론의 공론화에 따라 대구·대전·광주·경남·충남·강원 등에서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포사건으로 촉발한 악성민원 문제는 유튜브로도 속속 제작되고 있다.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씨는 지난 12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자막의 추모영상을 공식 유튜브에 올렸다. 짧은 분량의 영상임에도 현재 150만 조회 수를 넘기고 1천800개의 댓글이 달렸다.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지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한 홍보맨의 댓글은 공감 수 2만4천회를 기록했다.
구독자 285만명을 보유한 채널 '짤툰'은 '공무원 죽이기'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김포사건을 간접적으로 다루며 메시지를 던진 이 영상의 조회 수는 30만을 넘겼다. 사회고발성 채널 '기시니 스릴러툰'에는 최근 '악성 민원'이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올라왔다. 이 영상은 김포사건과 유사한 골목길 공사 상황을 배경으로 해 악성민원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