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밀억제권' 규제 해법 찾는 수원시

10여년만에 재정자립도 89→40%대로 추락
수정법 '제한' 기업 설립·이전에 세금 출혈
英·日 등 선진국 경쟁력 약화에 철폐·완화
지자체 공동대응협 창립 대표회장에 이재준
"중과세·권역 재조정·법개정 단계별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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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내 기업들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도한 규제 탓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수도권 성장 억제가 아닌 '수도권 성장관리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에 속한 지역에서 기업을 설립·운영할 경우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몇 배를 내야 해 기업의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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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시장이 '과밀억제권역 취득세 중과 폐지를 위한 규제개혁 대시민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26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수원시 재정자립도는 89%로 전국 평균(59.4%)보다 30%p 높았다. 1990년대 후반 90%를 넘나들던 재정자립도는 지속해서 하락했고, 2018년 이후 4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재정자립도가 다른 지자체보다 월등하게 높았지만, 이제는 전국 평균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에 따른 과도한 규제가 꼽힌다.

앞서 정부는 1982년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정법을 제정했고, 1994년에는 수정법에 따라 수도권을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등 3개 권역으로 지정했다. 과밀억제권역은 인구와 산업이 지나치게 집중됐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어 이전하거나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수원시는 수정법상 과밀억제권역에 속하는 데, 과밀억제권역에 법인을 설립하면 취득세·등록면허세가 3배 중과된다. 또 국외진출 기업이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으로 복귀하면 법인세(소득세)가 50~100% 감면돼 과밀억제권역에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밀억제권역 지역에 기업을 설립·이전하는 경우는 드물고, 과밀억제권역에 있는 기업들은 성장관리권역 등으로 지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

2년 전 수원으로 본사를 이전한 A사 대표는 "수원이 커튼·블라인드 수요가 많고,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아 본사 이전을 결정했는데, 이전하지 않았으면 내지 않아도 됐을 세금을 납부해야 해 당혹스러웠다"며 "이렇게 중과세를 하면 수원에 기업을 설립하거나 이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플렉스에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씨도 "과밀억제권역에서 기업이 건물을 신·증축하면 중과세가 부과돼 기업인들의 부담이 크다"면서 "적어도 산업단지는 취득세 중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시는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수정법의 재조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준 시장은 지난해 6월 민선 8기 1년 브리핑에서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된 도시는 과도한 제한으로 인해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며 "수정법 개정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밀억제권역 10개 지자체와 함께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고, '과밀억제권역 취득세 중과폐지를 위한 규제개혁 대시민 토론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과밀억제권역 규제 완화의 당위성을 알렸다.

지난해 11월에는 과밀억제권역에 속한 12개 도시가 '과밀억제권역 자치단체 공동대응협의회'를 창립했는데, 이재준 시장은 대표회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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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시장이 지난해 11월 열린 '과밀억제권역 취득세 중과 폐지를 위한 규제개혁 대시민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프랑스, 영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도 과거 수정법과 유사한 법을 제정했지만, 과도한 규제로 인해 국가 경제 발전이 더뎌지고, 국가경쟁력이 약화하자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수정법은 '수도권 과밀을 억제한다'는 본래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1980년 35% 수준이었던 수도권 인구 비율은 2023년 50.7%로 증가했다"며 "수정법 제정 이후 오히려 수도권 인구는 지속해서 늘어났고, '과밀억제권역'에 속한 지자체들의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성장관리권역 지자체들의 경제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을 분류할 당시 기준으로, 다시 권역을 분류한다면 성장관리권역과 과밀억제권역이 뒤바뀔 수도 있다"면서 "과밀억제권역에 속한 12개 지방정부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가장 시급한 세법 중과세 문제부터 풀어내고, 과밀억제권역 재조정, 수정법 개정까지 단계별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밀억제권역 자치단체 공동대응협의회
이재준 시장을 비롯한 과밀억제권역 자치단체 공동대응협의회 회원 지자체 시장·부시장들이 26일 의왕 포일어울림센터에서 열린 정기회의에서 함께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한편 과밀억제권역 자치단체 공동대응협의회는 이날 의왕시 포일어울림센터 대강당에서 2024년도 제1회 정기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수도권규제 완화 이슈 및 현실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수원시정연구원 양은순 도시경영연구실장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성장 억제가 아닌 '수도권 성장관리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토균형발전 정책은 인구정책, 교통·인프라정책, 지역특화정책 등을 바탕으로 지역별 성장 가능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전환해야 한다. 수도권,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