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 실학박물관에 26건 30점 기부
16세기 복식·생활문화 기록 중요 가치

전의이씨 후손 청강공파화수회·지범공파화수회에서 보관해 온 유물 26건 30점이 실학박물관에 기증됐다.
전의이씨는 조선시대 서울·경기지역에 세거했던 가문이다. 민생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실용 학문을 가학으로 익혔으며 중앙과 지방관료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청렴한 관직활동에 '청백리 집안'으로 알려졌으며, 가문의 대표 인물로는 울산군수 등 지방관이었던 이제신, 그의 아들이자 목민심서에 모범사례로 기록된 이명준, 강화부사 등을 역임하고 호성공신에 책봉된 이수준, 뛰어난 문사로 대제학을 역임한 이덕수 등이 있다.
이번에 실학박물관에 기증된 유물은 조선시대 경기사대부의 활동을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것이 박물관의 설명이다. 먼저 이제신의 둘째 아들 이수준과 후대손 이덕수, 그의 아들 이산배가 그려진 초상화 4점이 있다.
이제신의 아들로 부친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평가받았던 이수준의 초상은 왼손 약지가 절단된 채 그려져 있다. 이는 병환이 위독한 부친을 위해 자신의 손가락 뼈를 부러뜨려 피를 낸 뒤 약에 섞어 올렸다는 일화와 함께 효자로서의 행적을 표현해냈다.

이덕수의 초상은 유복본과 관복본이 있는데, 관복본 반신상의 경우 제작 연도와 역사적 기록이 명확한 초상화로 가치가 크다. 이산배 초상 유복본 반신상은 작품성이 매우 뛰어나 18세기에 제작한 초상화 중 손꼽히는 초상으로 평가받는다.
출토 복식으로는 이제신의 조부인 이인손의 묘소에서 나온 복식 6점이 있다. 상의와 하의를 따로 구성해 허리에 연결시킨 철릭, 깃이 곧고 소매가 넓은 웃옷인 직령, 옆트임이 있는 반소매 포인 답호 및 조아가 있으며 16세기 사대부의 복식을 살필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제신이 찬술한 '청강선생 후청쇄어'는 선대 조상과 스승의 일화, 집안에서 행하는 관혼상제의 절차, 의복의 변화 등을 수필 형식으로 쓴 책이다. 16세기 사회변화에 따른 사대부 생활문화의 변천을 볼 수 있어 기록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또 이제신의 넷째 아들 이명준이 편찬한 가계기록인 '전의이씨성보', 이제신이 사용하던 도장, 이수준의 인장과 교지 등이 있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실용과 실무 관료로서 전통을 계승한 전의이씨 문중의 역사는 경기도 사대부의 역사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는 좋은 자료"라며 "이를 보존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