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부터 배움… 초·중·고 검정고시
대학까지 졸업, '춘의'서 교사 첫 직장
장관상 영예… 봉사 활동 7500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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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면 배움에 대한 한을 풀 수 있어요. 공부하면 제2의 인생이 열립니다."

이성자(71) 부천성인문해학교 교사가 어릴 적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에게 간곡히 전하는 말이다.

이 교사가 성인문해학교 교단에 선지는 올해로 13년째. 배움의 시기를 놓친 이들의 '스승'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선배' 입장에 가깝다. 그 역시 비문해 학습자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어 문해 교사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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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부천성인문해학교 교사가 비문해 학습자들을 ‘배움의 길’로 이끌기 위한 교단에 서있다. 부천/김연태기자 kyeongin.com

어린 시절부터 생계를 위한 길거리 장사를 하면서도 헌책 한 권에 기대던 '열정'이 원동력이 됐다. 가난한 집안의 맏딸로 성장한 이 교사에게 찾아온 배움의 기회는 그야말로 '천금'이었다. 어느덧 중년이 돼 쌓였던 가계 빚을 청산하고서야 닿을 듯 닿지 않았던 배움의 끈을 붙잡게 됐다.

이 교사는 50대에 접어들 무렵인 2001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춘의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문 교육을 시작으로 학습의 길에 오를 수 있었다. 갈망했던 배움에 더해진 인연은 거침없는 진력을 발휘했다.

검정고시를 통해 초·중·고등학교 졸업장을 연거푸 따냈고 2004년에는 꿈에 그리던 한국방송통신대의 '새내기'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당시 강도 피해로 머리를 다치는 위험을 겪기도 했지만, 그 순간조차 영어 단어부터 떠올렸던 열정을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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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부천성인문해학교 교사가 비문해 학습자들을 ‘배움의 길’로 이끌기 위한 교단에 서있다. 부천/김연태기자 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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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부천성인문해학교 교사가 비문해 학습자들을 ‘배움의 길’로 이끌기 위한 교단에 서있다. 부천/김연태기자 kyeongin.com

2008년 대학 졸업 이후에는 3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제2의 인생' 첫 직장인 춘의성인문해학교 교단에 서게 됐다.

이 교사는 "춘의성인문해학교에서 비문해 학습자로 공부를 시작해 2011년 문해교사로 돌아온 곳도 이 곳이었다"며 "교사이지만 때로는 학습자들의 선배이자 비문해의 아픔을 공유하는 동창으로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단에서의 열정은 수많은 업적으로 이어졌다. 비문해 학습자 맞춤형 교재와 프로그램이 제작됐고, 2015년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자서전 '내가 거기 있었다'가 출간됐다. 학습자들의 시화전 도전을 통한 수많은 우수 작품이 탄생했으며 이 교사 스스로도 지난해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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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부천성인문해학교 교사가 비문해 학습자들을 ‘배움의 길’로 이끌기 위한 교단에 서있다. 부천/김연태기자 kyeongin.com

부족한 재정 속에 교사 활동의 대부분은 자원봉사로 채워지지만 보람 만큼은 언제나 크다. 현재 봉사활동으로 7천500여 시간을 기록 중인 그는 동창들과 함께 저소득 청소년을 지원하는 '꼽이네 밥차' 봉사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자신의 경우처럼 가난이 배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 교사는 "이미 제가 걸어온 길이라 누구보다 제가 잘 안다. 배움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고 싶다"며 "다양한 봉사를 통해 1만 시간이 채워진다면 그 역시 남다른 보람이 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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