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월담~백련사 17경 연결 4.9㎞ 구간 옛날 오솔길·돌계단 걷는 재미

수줍게 핀 계곡 야생화에 불상 흔적 '구월담'… 100년 이상 원시림도
관군에 쫓긴 김시습이 한숨 돌렸다는 '안심대' 깨우침 얻는 '이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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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봄이다. 이제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무는 세상을 온통 연둣빛으로 물들이고, 꽉 쥔 손가락을 펴듯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꽃들은 겨우내 굳어있던 마음을 간지럽힌다.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 이름 모를 꽃들과 지저귀는 새, 비경 사이사이 숱한 걸음들이 봄바람에 살랑이며 '이리 오라!' 손짓한다.

전북특별자치도 무주의 구천동계곡은 설악산의 천불동계곡과 지리산의 칠선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계곡중 하나로, 그 품에 안긴 '어사길'은 백미 중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의 절경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철마다 탐방객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 등산과 산책이 모두 가능해 연인, 친구는 물론 아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 탐방객들이 대거 몰리는 숲속 명소로 떠오르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는 울창한 숲이 드리운 그늘과 청아하게 갈 길을 재촉하는 계곡물소리 덕에 흐르는 땀조차도 시원하다. 그야말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인 셈. 특히 올해는 '2024 자연특별시 무주방문의 해'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 할인 등 유용한 혜택들을 장착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마음을 사로잡는 비경


구천동 어사길은 구천동 33경 중 16경 인월담에서 32경 백련사까지 4.9㎞ 구간이다.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어사길은 인월담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다니던 길로, 2016년 복원을 시작해 '숲나들길(1구간)'과 '청렴길(2구간)', '치유길(3구간)', '하늘길(4구간)'로 2020년 완성을 했다.

옛사람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오솔길과 돌계단은 그대로 살리고 인위적인 구조물은 최소화해 숲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자연환경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걸으면 유유자적 그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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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나들길.

■ 걷기에는 그만인 숲나들길


어사길의 초입부터 인월담까지 이어진 '숲나들길'은 경사가 완만해 가벼운 마음으로 탐방할 수 있는 구간으로 이름처럼 나들이하기 좋은 길이다. 습지 생물뿐만 아니라 계절별로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지는 곳이라 구천동 어사길의 다양한 색을 느낄 수 있다.

숲나들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바로 자연 습지 교육장. 자연관찰로를 따라 형성된 습지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계곡 사이사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 꽃들이 객과 눈을 맞춘다. 3~4월에는 복수초와 너도바람꽃, 4~5월에는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다. 숲나들길의 거리는 0.8㎞ 정도로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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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담.

■ 어사 박문수의 덕을 담은 청렴길


인월담을 시작으로 2구간인 청렴길이 펼쳐진다.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청렴길은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다연대를 지나 무주 태생 김남관 대령이 극락정토를 꿈꾸며 만들던 불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구월담까지 이어진다.

특히 인월담과 비파담 사이에는 계곡을 조망하기 좋은 길들이 자리하고 있어 마음을 사로잡는다. 구천동 33경 중 6곳(16~21경)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이끼 덮인 계곡과 참나무, 소나무 어우러진 숲이 자아내는 경치가 일품. 말을 잊게 만든다. 어사길 최고의 구간 중 하나로 꼽히는 청렴길은 0.8㎞로 지나는데 20여 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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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담.

■ 원시림의 기운 받는 치유길


치유길은 구월담에서 금포탄, 호탄암, 청류계를 거쳐 안심대로 이어지는 어사길의 3구간으로 경사가 꽤 심한 곳이다. 산길에서 오솔길로 바뀌는 구간도 있고 100년 이상 된 나무들도 즐비해 원시림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봄에는 생명의 기운을, 여름에는 녹음의 편안함을, 가을에는 충만한 에너지를, 겨울에는 치유의 기운을 얻을 수 있어 이름도 치유길이다.

거리는 1.7㎞로 30여 분이 걸리는데 초반에는 걷기 무난하지만 중간 이후부터 돌로 된 경사 구간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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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류동 계곡.

■ 해탈의 경지 하늘길


이곳은 구천동 어사길 복원 구간 중 가장 최근에 개통한 구간으로 쉼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어사길의 마지막 구간인 하늘길은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고 가던 행인들이 건넜던 안심대에서 시작이 된다.

신양담, 명경담, 구천폭포, 백련담, 연화폭, 이속대, 백련사로 이어지며 완만한 경사가 지속되는데 목재 데크와 야자 매트 덕분에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곳곳에 피어있는 이야기꽃도 흥미롭다. 매월당 김시습이 관군을 피해 안심하며 쉬었다는 '안심대'가 그렇고, 맑은 물에 자신을 비추며 심신을 가다듬었다는 '명경담' 또한 그러하며, 속세와 연을 끊고 깨우침을 얻는다는 '이속대'가 그러하니 가만히 떠올리며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 백련사에 닿는다.(1.6㎞, 약 30분 소요)

■ 놓치면 아쉬운 덕유산 '철쭉'… 덕유산국립공원


무주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덕유산.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 하나로 해발 1천614m의 향적봉이 주산이다.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과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상고대가 어우러진 수려한 설경은 국내외 최고로 정평이 나있다.

/전북일보=김효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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