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다루는 일… 돈이 아닌 사랑해서 하는 일"


중학생 때부터 타란튤라·패릿 등 돌봐
소 인공수정사 포기… 타영역 깨달음
동물 '정상 컨디션 회복'에 보람 느껴


유형주 몬스터리움 부장1
유형주 몬스터리움 부장이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플래티넘 엘리게이터가아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2024.4.4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동물을 사랑했던 아이는 부모님의 반대로 강아지를 키울 수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소년의 방 안에는 대형거미 타란튤라와 도마뱀, 고슴도치, 다람쥐, 패릿 등 동물식구가 하나둘 늘어갔다. 동네 수족관에 찾아가서는 개체관리를 자청하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한 정보공유가 활성화하지 않았던 2000년대 중반, 포털사이트에 연재한 소년의 사육기는 애호가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유형주(30) 부장은 아마존 콘셉트의 동물원 몬스터리움이 인천 서구에 개장할 당시 창립멤버다. 몬스터리움이 김포 수산공원 테마파크로 옮긴 이후부터는 동물원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사육사를 꿈꿨던 그는 '동물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때 관련 전공이 개설된 대전의 한 고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커리큘럼에 학업에 흥미를 잃고 포천으로 전학해 소 인공수정사를 준비했다.

유 부장은 "소 한 마리를 수정할 때마다 돈을 번다는 주변의 권유를 받고 도전해봤는데 이게 동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며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취미생활에 심취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돌이켰다.

유 부장의 하루는 개체관리에서 시작해 개체관리로 끝난다. 단순히 먹이를 주고 사육장을 청소하는 일이 아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아는 가축들이 광우병이나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듯이 물고기도 솔방울병과 아가미병 등에 노출될 수 있고, 파충류는 온도와 습도를 많이 타는 등 동물마다 특성이 다 다르다"며 "도마뱀의 경우 스스로 탈피과정에서 미처 벗겨내지 못한 껍질이 몸을 옥죄기도 하는데 그런 세밀한 부분도 찾아내 돌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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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주 몬스터리움 부장이 자신을 반기는 알파카 '송이'를 쓰다듬고 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현재 유 부장의 관리를 받는 동물은 80여종에 이른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희귀종이 상당수이지만, 그중에서도 애착이 가는 동물은 갈색 알파카 암컷 '송이'다. 과거 송이가 처음 낳은 새끼가 숨을 거둘 때 인공호흡을 하면서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있다.

유 부장은 "초산한 알파카들이 많이 죽는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는데, 첫 아이를 잃고 나서 송이에게 유독 마음을 쓰게 됐다"며 "알파카는 싫은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지만 송이는 내게 거부감을 보인 적이 없고 늘 먼저 다가온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걸 해서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그는 "병에 걸린 물고기에게 약을 타주고 수온을 맞춰주고 기포를 잘 머금게 해주면서 관찰하다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때면 너무 뿌듯하고 직업적 보람을 느낀다"며 밝게 미소 지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