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새로운 판생' 사는 푸바오가 우리에게 남긴 것


용인 에버랜드 떠나 中 워룽 사육·대중 공개
부모 러바오·아이바오 역시 2031년 반환 예정

코로나 당시 열풍 용인푸씨·푸뚠뚠 등 애칭
유튜브 누적 조회수 5억… 명예시민 인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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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주는 보물'.

푸바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연 번식을 통해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다. 2016년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우리나라에 온 러바오·아이바오 사이에서 태어났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었던 2020년 7월에 탄생해, 우울한 일상을 보내던 국민들에게 이름처럼 소소하지만 큰 행복을 안겨줬다.

그런 푸바오가 지난 3일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 외 국가에서 태어난 판다는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멸종위기종 보전협약에 따른 것이다. 푸바오는 이제 쓰촨성 워룽중화자이언트판다원 선수핑기지에 머무르게 된다. 한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서 푸바오의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새로운 '판생' 위한 중국행

= 푸바오가 지내게 될 워룽 선수핑기지는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4곳 중 1곳이다. 이곳엔 약 90마리의 판다가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있어 가장 자연친화적인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버랜드 판다월드처럼 실내 공간과 실외 방사장으로 나뉘어져 있어 판다들이 자유롭게 양쪽을 드나들 수 있다. 사육사는 먹이공급이나 청소 외엔 거의 판다들의 활동에 관여하지 않아, 판다들이 마치 야생에 있는 것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푸바오가 중국에 도착한 지난 3일 중국중앙(CC)TV는 "푸바오는 워룽 선수핑기지 격리·검역구역에 들어갈 예정이다. 선수핑기지는 푸바오를 맞을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며 "사육·보호팀과 안전보장팀, 종합협조팀 등 여러 업무팀을 편성해 푸바오의 격리 기간 음식과 거처를 돌보기로 했다. 각 업무팀이 전문적인 비상 계획을 수립해 푸바오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격리 기간을 보낼 수 있게 보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격리를 마친 이후엔 워룽 선수핑기지 외에도 허타오핑기지, 두장옌기지, 야안 비펑샤기지 등에서 살게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푸바오는 적응 기간을 거쳐 일반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적응기간은 판다마다 달라, 푸바오를 언제 만날 수 있을지는 미정이다. 앞서 미국에서 태어난 샤오치치는 지난해 11월 선수핑기지로 왔는데 한 달이 조금 넘은 그해 말 대중에 공개됐다. 반면 일본에서 태어난 샹샹은 같은 해 2월 야안 비펑샤기지에 왔는데 8개월 뒤인 10월에야 대중들과 만났다.

에버랜드 측은 푸바오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해 푸바오가 공개되는 시기 등을 고려해, 전용 패키지 투어 상품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환 시기가 만 4세로 규정된 것은 해당 시기가 통상 판다들이 짝짓기를 시작하는 때여서다. 푸바오 역시 국내 검역 기간이었던 지난달 번식 관련 행동이 나타나기도 했다. 에버랜드에만 머무르면 성체로서의 여러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새로운 '판생'을 위해 중국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간 에버랜드에서 푸바오를 돌봐온 송영관 사육사도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여기(에버랜드)에선 이성을 못 만난다. 가게 되면 다른 판다들을 만나게 된다. (판다로서)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이라며 "행복한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옮겨지는 것은 지난해 태어난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후이바오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2016년 우리나라에 온 푸바오의 부모 러바오와 아이바오 역시 2031년께 반환이 예정돼있다.

한편 푸바오 이송엔 엄마 아이바오가 한국으로 올 때 사용됐던 케이지가 이용됐다. 특수 무진동 차량으로 인천국제공항까지 옮겨졌고, 중국 측 전세기를 통해 청두 솽류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푸바오의 안정적인 이동을 위해 강철원 사육사가 동행했다. 중국 SNS 웨이보 등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긴 이송에 푸바오는 지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측 한 관계자가 케이지에 뚫려있는 구멍에 손가락을 넣는 영상이 번지면서 한·중 양국 누리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는 SNS를 통해 "손가락 터치는 푸바오의 컨디션 체크를 위해 필수적인 검사였다"며 "푸바오는 안전하고 건강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 푸바오가 남긴 것

= 지난 2020년 7월 20일 태어난 직후부터 푸바오는 전국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른바 '판다 열풍'의 중심엔 푸바오가 있었다. '용인푸씨' '푸공주' '푸뚠뚠' 등 많은 애칭이 붙기도 했다. 푸바오라는 이름도 무려 5만명이 참여한 대국민 이벤트를 통해 명명된 것이다.

푸바오 열풍에 힘입어 에버랜드 판다월드와 관련 유튜브 콘텐츠도 크게 인기를 끌었다. 푸바오는 지난 2021년 1월 4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일반 대중에 공개됐는데, 그 기간 550만명 가량이 판다월드를 찾았다. 국민 10명 중 1명 꼴로 푸바오를 만난 셈이다.

특히 푸바오가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옮겨진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엔 판다월드 입장객이 215만명에 달할 정도였다. 푸바오 관련 기념품 역시 330만점이 판매됐다.

지난해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8% 증가한 66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버랜드는 그간 1천100여건의 푸바오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게재했는데 누적 조회 수는 5억회에 이른다. 이 중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은 푸바오가 강철원 사육사의 팔짱을 낀 채 휴대폰을 보는 영상으로, 2천400만회를 돌파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구독자 수는 132만명을 넘어섰다. 푸바오 관련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지금까지 모두 4개가 출시됐는데, 2~4탄의 경우 공개 하루 만에 종합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엔 명예 용인특례시민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동물이 명예시민이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푸바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용인시를 알리는데도 크게 기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지난 3일 푸바오 배웅 행사에 함께 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용인 푸씨' 푸바오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행복을 선물했다. 푸바오가 떠나게 돼 많이 아쉽지만 중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며 잘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바오 열풍이 멸종위기 동물을 향한 주목도와 동물권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푸바오와 맞물려 중국 내 판다 학대 논란과 사육 환경 문제가 조명되는 한편, 판다 외 다른 동물들의 사육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 전반의 관심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최근 동물보호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에버랜드 측에 푸바오를 통해 거둔 수익을 동물복지를 위해 써달라고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푸바오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큰 행복과 위안이다. 푸바오 팬들이 모인 디시인사이드 푸바오 갤러리의 운영진은 "푸바오는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위로와 행복을 선사해줬다. 그저 판다라는 동물이 아닌,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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