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메일로 장문의 서신 보내
“희생도 감수하는 것 또한 의사의 숙명”
“학업이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가천대학교 이길여 총장이 8일 의료사태와 관련, “정부와 의료계 선배들이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며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길여 총장은 이날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가천의 아들, 딸들에게’라는 장문의 서신을 의대생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하고 홈페이지에도 게시하면서 이같은 호소의 말을 내놨다.
이길여 총장은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나에겐 1998년, 가천의대 1회 입학식이다. 그때 만난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했던지, 지금도 생생하다”며 “나 같은 의사, 환자를 가슴으로 치료하는 의사, 의사가 천직이라고 믿고, 환자를 사랑하며,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의사를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 불가능에 가까운 의대 설립을 위해 밤낮없이 고군분투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다짐했다. 여러분을 잘 가르치고 키우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다짐이다. 나에겐 여러분들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런 자랑스럽고 사랑하는 자식들이다. 나의 아들, 딸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을 받아, 우리나라 의료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은, 내 생애 가장 큰 보람이자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을 그러면서 “그런데, 지금 길을 잃고 고뇌하고 있을 여러분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긴 인생을 살면서, 나는 많은 일을 겪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피란지, 부산 전시연합대학에 전국의 의대생들이 모여,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숱한 어려움을 딛고 오늘에 이르러, 지금의 내가 후회없는 인생을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모든 순간 최선을 다했고, 나의 신념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되돌아봤다.
이 총장은 “여러분에게 얘기한 적이 있지만, 나와 같이 공부하던 남학생들은 6·25 전쟁 시 학도병으로 나가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 나는 그들에게 빚이 있고, 그들 몫까지 다해야 한다고 다짐했다”면서 “나는 어려서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고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여 의사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건 나의 노력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의사가 되어, 많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평생 고민하며 살아왔다”먀 “그것이 의료를 통한 봉사였고, 우리나라가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시절, 보증금 없는 병원, 무의촌 진료, 의료취약지 병원 운영 등을 통해 가능한 많은 환자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에 정말 숭고하다.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사회의 존경과 사랑을 받지만, 무거운 사회적 책임 또한 뒤따른다. 여러분은 그 숭고한 의사의 길을 선택했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환자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나의 희생도 감수하는 것 또한 의사의 숙명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가천의대생 여러분은 우리나라 의료계를 책임질 귀중한 인재들”이라며 “수많은 시간을 인내해 의대에 입학했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에 엄청난 공부의 양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공부하고 수련받아 왔다. 나는 그런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지금의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겠지만, 6·25 전쟁 당시 포탄이 날아드는 교실에서도, 엄중한 코로나 방역 상황에서도 우리는 책을 놓지 않았다. 우리에겐 모두 미래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는 정부와 의료계 선배들이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여러분은 이럴 때일수록 학업이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하루빨리 강의실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면서 여러분의 의견을 개진하시기 바란다. 오늘의 상황이,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을 한 걸음 더 도약시키는, 의미 있는 성장통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여러분이 강의실로 돌아올 때, 지금 하루하루 위급상황에서 노심초사하며 절망하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 국민 모두 작은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여러분과 캠퍼스에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밝혔다.
한편, 증원 정책에 반발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2월부터 휴강 중인 의대들이 이번 주부터 속속 수업을 재개하고 있다. 4월 중순이 지나면 1학기 학사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워 대량 유급 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