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증상따라 동행매니저 배정 출발~귀가 지원
인력 전문성 확보로 어려운 진료도 ‘쉬운 말로’
진료 접수, 수납, 처방전 제출, 약 수령 ‘척척’
양평군 양수리에 거주하는 신혜자(81·가명) 어르신은 최근 건강악화로 인해 쓰러지신 이후 관절염까지 겹쳤다.
병원에선 “서울의 큰 병원을 가보시라”고 얘기했으나 아픈 무릎만큼 병원 가는 길에 대한 걱정이 컸다. 집을 나서 전철역에 도착한 뒤 낯선 방향으로 십수역, 그리곤 정확한 출구를 찾아 병원 가는 버스를 타고 진료실까지 들어가는 길은 어르신에겐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8일 경희대병원 진료 예약이 잡힌 날, 어르신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이달 초부터 시행된 ‘양평군 1인가구 병원안심동행사업’을 통해 병원 가는 길부터 돌아오는 과정 모두를 함께할 병원동행매니저를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낮 12시30분, 어르신은 역 입구에서 동행매니저를 만나 반가운 얼굴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침 식사는 무엇을 먹었으며 가족의 최근 동향과 지난 진료에서 처방받은 약이 몸에 잘 들었는지, 사소한 일상부터 진료에 관련된 내용 등 어르신과 매니저의 대화는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병원이 있는 회기역에 도착할 때까지 열 몇 정거장 간 계속됐다.
역에 도착해 병원 가는 버스도 매니저와 함께 어렵지 않게 찾았다. 건강이 안 좋은 어르신이 이동하는 사이 가쁜 숨을 몰아쉴 때면 매니저가 어르신의 상태를 살피곤 “잠시 쉬시는 게 좋겠다”며 휴식을 하기도 했다.
진료 예약 20분 전인 오후 2시, 어르신은 병원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어르신이 병원 로비에 앉아 계시는 사이 매니저는 대기표를 뽑고 진료 접수를 했다. 지난달 방문했을 때와 진료실이 바뀌었지만 매니저가 바뀐 곳을 체크하고 진료 대기시간 동안 의사에게 전달할 사항들을 점검했다. 진료가 시작되자 매니저는 어르신이 말했던 내용들을 의사에게 정리해 전달했고, 어르신은 매니저를 통해 의사의 진료 내용도 쉬운 설명으로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진료가 끝난 뒤 수납 과정도 매니저가 진행했다. 이외에도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고 주의사항 등을 어르신에게 쉬운 말로 다시 설명하는 것도 매니저의 역할이었다.
오후 4시30분. 버스와 전철을 타고 어르신은 다시 양수역으로 돌아왔다. 혼자 갔다면 반나절이 꼬박 걸리는 버거운 일정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어르신은 동행매니저 덕분에 귀가하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신혜자 어르신은 “한 달마다 병원 예약이 있는데 그때마다 손주에게 휴가 내고 같이 가달라고 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렇게 같이 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하고 좋았다”며 “다른 분들도 많이 이용하셨으면 좋겠다. 다음 5월 예약 때도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평 65세이상 비율 27% 수요 증가 예상
3시간에 5천원… 한달 8번까지 이용 가능
병원 동행인이 없어 병원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케이스는 비단 신혜자 어르신만의 일이 아니다. 양평군에 거주하는 노년층을 비롯한 거동이 불편한 1인가구 대부분은 수도권 병원 진료에 이런 어려움을 겪으며 허리디스크 및 골절 등으로 인해 이동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엔 진료가 더욱 쉽지 않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군은 지난해 경기도의 ‘1인가구 병원안심동행 사업’에 응모, 일부 지자체를 대상으로 먼저 시작한 사업에 선정됐다. 해당 서비스는 요양보호사 등의 자격을 가진 전문인력이 병원 출발부터 귀가까지 동행하는 사업으로 부부 모두 거동이 불편한 노인가구,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는 한부모가정 등 병원 동행이 필요하다면 연령과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신혜자 어르신은 지난 3월 한 달간 시범사업을 거쳐 이달에 개시한 양평군의 첫 이용자로, 수도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7%에 달하는 군의 특성상 수요자가 더욱 많을 수밖에 없다.
군에선 양평군가족센터가 해당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연간 사업비는 약 7천만원으로 도비 30%, 군비 70%로 운영된다.
이날 어르신이 낮 12시30분~오후 4시30분 동행서비스를 이용할 동안 지불한 금액은 기본요금과 추가요금을 합해 총 1만원이다. 양평 주민이라면 3시간에 5천원, 추가 30분당 2천500원에 유선·방문·온라인 신청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한 달에 8번까지 이용할 수 있다.
군은 앞으로 대면 홍보 및 현수막, 읍면 순회 등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다방면으로 알릴 예정이며 1인 가구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지원을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양평군가족센터 관계자는 “시범운행 기간 동안 혼자서 진료복으로 갈아입는 것 조차 쉽지 않아하는 분들이 계셨다”며 “신청자의 질환 및 상태 등 초기 상담을 통해 동행 맞춤 계획을 세우고 진행한다. 현재 이용해보신 분들께서는 만족도가 높으시며 재이용 의사가 높다. 앞으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