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는 왜 청년기본소득을 줄 수 없었나


GB·군사보호구역·수정법 중첩규제 15년새 44.24→22.6%
정부 의존비중 점차 느는데 경기악화·세수감소로 치명타
사회복지, 일반회계 예산 50%이상 지출에 허리띠 졸라매

市, 경전철·산하기관 운영비 등 재정부담에 '내실화' 온힘
기업유치 전담부서 신설 1년여만에 3500억 투자유치 성과
LH 경기북부본부 이전 매년 70억 세수 기대·잇단 협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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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는 1963년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시(市)'로 승격된 지자체다. 한국전쟁 이후 미2사단 사령부 등이 주둔하면서 경기북부를 대표하는 수부도시로 불렸다. 그런 의정부시가 최근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업과 각종 운영비가 아예 삭감되거나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시급하지 않은 투자사업은 시기 조정에 들어갔다. 올해부턴 청년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등 각종 복지사업이 멈춰 시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47만 인구가 거주하는 의정부시에 불어닥친 재정난의 원인을 분석했다. 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의정부시의 계획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재정자립도 22.6%…없는 살림에 자금줄 조인 정부


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되면서 의정부시의 재정자립도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이 많아 이미 많은 규제를 받고 있던 의정부였지만, 수도권이라는 이름하에 발전을 가로막는 속박이 하나 더해졌다.

산업적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복지정책 등 지출부담은 점차 늘어나면서 2008년 44.24%였던 시의 재정자립도는 2023년 22.6%로 반토막이 났다. 이 같은 수치는 경기도 전체 31개 시·군 중 26번째에 해당한다. 그러다 보니 시가 한 해 운영하는 예산에서 정부에 의존하는 비중은 점차 늘었다. 국가나 광역지자체로부터 받는 이전 재원의 비율이 세입의 약 75%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24년 시의 세입예산을 보면 국도비 보조금이 전체의 51.96%이며, 지방교부세가 13.08%, 일반조정교부금이 10.82%로 정부 등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재정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 그래픽 참조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정부가 지자체에 나눠주는 지방교부세를 대폭 줄였다. 경기 악화 및 세수 감소로 인한 것이라고는 하나 의정부와 같이 이전 재원 의존도가 높은 지자체에겐 치명타가 됐다.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도비 보조금은 용도가 정해져 있어 법상 마음대로 쓸 수 없고, 나머지도 대부분 경직성 경비인 점을 고려하면 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시는 지난해부터 기존에 지출했던 것을 모두 재검토해 선별하는 과정에 착수했다.

■ 반드시 써야 할 돈은 점점 느는데, 그동안 안일했다


전례 없는 재정난엔 사회복지 예산 등 고정적인 지출은 많고, 세입을 뒷받침해줄 기업은 없는 의정부의 특수성도 한몫했다.

시는 경기도 시·군 중 유일하게 사회복지 분야에 일반회계 예산의 50% 이상을 지출하는 지자체다. 2023년 시가 사회복지에 쓴 예산은 6천947억여원으로, 1조2천480억원 규모 일반회계 예산의 55.66%를 차지했다. 의정부와 비슷하게 사회복지 예산을 세우는 지자체로는 평택(2023년 기준 72억6천937억여원)을 들 수 있는데, 평택은 의정부보다 인구가 12만명 이상 많다.

의정부가 사회복지 예산을 많이 지출하는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는데,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위치와 편리한 대중교통망 및 의료 인프라 때문에 은퇴 후 노령인구가 많이 거주한다는 가설과 행정중심도시로 계속 자리매김하면서 복지 대상 가구가 모였다는 가설, 부양가족을 두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가구가 많다는 가설 등이 존재한다.

경전철, 산하기관 운영비도 재정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시는 경전철 민간투자비 원리금 상환과 재정보전금, 대체투자비 등으로 매년 200억원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의정부도시공사를 비롯해 문화재단, 상권활성화재단, 평생학습원, 청소년재단 등 여러 산하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들어가는 인건비 등 비용도 적지 않다. 시는 지난 수년간 산하기관 수와 함께 직원 수를 늘리면서 출연금 규모를 점점 키워왔는데, 현재 시의 예산 대비 주요 산하기관 출연금 비중은 도내 6위에 해당한다.

사정이 넉넉했을 때 미래를 대비했다면 그나마 나을텐데, 준비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2018~2022년 정부가 양적완화 및 확장재정 정책을 펴면서 시에도 재정적 여유가 있었던 때가 있었지만, 당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확충하기보단 투자사업을 우선했다. 청소년힐링센터 및 바둑전용경기장과 같은 공공건축물 건립이 계획됐으며, 대규모 도시녹화사업(G&B 프로젝트) 등이 진행됐다.

의정부시, 의정부농협복합시설 투자협약1
의정부시는 지난 2월7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의정부농협과 '의정부농협복합시설' 건립을 골자로 한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의정부시 제공

■ 체질개선 필요해…기업 유치 통해 재정 건전성↑


돈이 없어 문제가 생겼으니,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는 것이 해법이다. 시는 공격적인 기업 유치로 세수를 확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대규모 투자사업 시기 조정 및 산하기관 운영 내실화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업 유치는 민선 8기 들어 시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최우선 과제다. 재정자립도를 높이려면 인구수에 비례해 증가하는 지방세보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지방소득세 증가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시는 2022년 9월 기업 유치 업무를 전담할 부서를 신설하고,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불과 1년여 만에 성과가 연이어 도출됐다. 시는 지난해 1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유치로 3천500여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낸 데 이어, 같은 해 4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북부본부 이전 결정으로 매년 70억원 이상의 세수 증가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올 들어 바이오 혁신기업 (주)바이오간솔루션과 (주)시지바이오, 의정부농협과 차례로 투자협약을 맺은 것도 성과로 꼽힌다.

김동근 시장은 "도시의 미래는 일자리에 달려 있고, 양질의 일자리는 좋은 기업에서 나옴에도 과거 우리 시가 기업 유치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고 있던 측면이 안타깝다"면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 도시의 자족성을 높이고,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살기 좋은 의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2018년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된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해선 시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착공이나 보상이 진행된 사업은 어쩔 수 없지만,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은 뒤로 미루는 결정이 이뤄졌다.

또한 산하기관 정원을 동결하고 조직 구조조정, 기관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업무 유사성과 기관의 연혁을 고려해 조만간 일부 산하기관 통폐합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업무추진비와 행정운영경비를 대폭 감액한 긴축재정 운용 기조도 당분간 유지된다.

전국적으로 의무 시행이 아닌 경기도나 시가 자체적으로 했던 보편적 복지사업 일부(청년기본소득 등)도 잠정 보류된다. 다만 시는 복지사업의 경우 재정 여건이 회복되면 우선적으로 복구할 방침이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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