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규칙안' 입법예고 후 철회
재량권 남용·업무보고 등 논란
악성민원 공무원 보호 역행 지적도


성남시가 공직기강을 확립한다며 민원 등에 대한 징계기준을 구체화하고 강화하는 '규칙안'을 마련해 입법예고까지 했다가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전 의견수렴이나 특히 민원과 관련된 공직사회 분위기에 대한 고려 없이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된 것으로 어설픈 정책으로 내부 혼란을 초래하고 사기까지 떨어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성남시에 따르면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의 징계기준을 사례별로 구체화하고 사안별로 수치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한다는 취지 아래 '성남시 공무원 징계 등에 관한 규칙안'을 지난달 18일 입법예고했다.

규칙안은 직무태만·지시사항 불이행·민원소홀 등의 기준을 90여 개로 세분화해 '징계규칙'에 명시되지 않은 징계사유를 추가한 뒤 파면에서부터 훈계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감사관실이 안을 마련했고 시장 명의의 입법예고 기간은 지난 8일까지였다.

이런 규칙안에 대해 '제정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재량권 남용'이라는 등의 반발이 일어났다. 특히 '업무보고'와 '민원' 부분이 문제가 됐다.

업무보고의 경우 '중요 정책결정 누락', '주요 사항 사실과 다르게 보고'에 대해 정도에 따라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했는데, 중요 정책결정이나 주요 사항의 범위가 모호해 징계를 피하기 위해서는 경미한 내용까지 수시로 업무보고를 하는 등 불필요한 '페이퍼워크'만 늘어나고, 이는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원의 경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 담당자 부재 시 대행자가 전화 및 민원 응대 소홀 등으로 민원 야기'·'민원 처리 소홀로 업무 추진에 중대한 차질'·'민원처리 지연' 등에 대해 횟수를 정해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했는데, 민원이 일상인 지방공무원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김포시 공무원 사건 등을 계기로 공무원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과는 반대 조치라는 반발도 나왔다. 시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직원을 보호하기는커녕 악성민원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들여오는 규칙이다. 민원인이 해당 규칙을 인용해 억울한 공무원을 징계요구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규칙안은 당초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거쳐 제정되는 수순이었지만, 신상진 시장이 지난 9일 내부통신망을 통해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백지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