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운동가'로 일군 삶 "부당대우 당연시되면 안돼"
농촌발전·권익보호 앞장 '사회귀감'
"충돌 싫지만 그래야 문제해결 가능"
지자체에 진심 전달·변화 이끈 투사

"지역 특성에 맞는 꼭 필요한 농민지원 방식을 정책 입안·추진자 등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 저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안성 농민들의 권익보호와 증진을 위해 40여년간 헌신한 인물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안성농민회 이관호 회장이다. 올해로 63세인 이 회장은 20대 초반부터 삶의 대부분을 농촌 발전과 농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 지역의 대표적인 '농민운동가'다.
안성시 서운면 인리 중동마을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안성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뒤 서울로 유학을 갔다가 부모의 권유로 1983년 낙향, 농업에 종사했다.
이 회장은 "20대 청년이었던 제가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짓는 모습이 당시 농촌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작은 텃밭을 일구고 수확하는 기쁨은 저의 적성에 맞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농민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농민들에 대한 부당한 처사와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당시 농민들 대부분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일제 강점기를 겪은 어르신들이 많아 농업 관련 관리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정서 등이 있어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농민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뜻있는 동료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1990년 안성농민회 준비모임을 거쳐 1992년 창립한 뒤 농민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앞장섰고 때론 격한 투쟁도 마다하지 않아 그를 '투사'로 부르는 이들도 많다.
그는 "제가 외모상으론 강해 보이지만 사실 마음이 약한 남자"라며 "사람들과 부딪치고 설전을 벌이는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농민들의 목소리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니…"라고 아쉬워했다.
이런 이 회장의 노력으로 정책 입안자들도 하나둘 이 회장의 진심을 알게 됐고 그의 목소리에 점차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안성시의회가 일반쌀 생산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올해도 필수 농자재 지원 조례를 입법 발의해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예로부터 농사는 나라의 근간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지금 당장 나의 삶에 문제가 없다고 느껴 농촌과 농민이 처한 문제를 방치하게 된다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조금씩이라도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