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폐업후 점포 문닫아 날벼락
생계 막막해지자 할머니 '거리로'
市 약속믿고 기다렸는데 '무대책'
1일부터 시청앞서 집회 등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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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종합버스터미널 폐업으로 상가도 문을 닫아 생계가 어려워지자 장애인 일가족의 할머니가 시청 앞에서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4.4.22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성남종합버스터미널 폐업사태(2023년2월1일자 1면 보도=폐업 1년 성남버스터미널 '매각' 무산… 여전히 '길거리 승하차')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가를 운영하던 장애인 일가족이 "생계를 말살당한 저희들을 살려달라"며 길거리로 나섰다.

22일 오전 10시께 시청 입구에 한 어르신이 '성남터미널 승차장 폐쇄로 20년 장사하던 일가족 다 죽는다', '피해 임차상인 대책수립 약속 성남시장이 지켜라' 등이 적힌 팻말을 앞에 두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 어르신은 2004년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하 성남버스터미널) 신축시 승차장과 매표소가 있는 지하 1층 상가를 분양받아 매점·빵집 등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장애인 일가족의 할머니이다. 장애인 일가족은 부모·자식·사촌 등 30명으로 청각장애·정신지체 등에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기도 하다.

같은 시간, 임시회가 열리는 시의회에서는 이 어르신의 딸인 고모(58)씨 등 가족들이 의원들에게 호소문을 돌리고 있었다.

고씨는 "저희 가족은 20년 동안 공공시설인 터미널의 중요성을 안내받고 성남시청, 분당구청의 감독과 지도를 성실히 따르며 장사를 해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장사가 안돼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성남시청을 도와 방역활동을 하기도 했다"면서 "장애인 사정상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맡길 수 없어 일가족이 모두 함께 나서게 됐고, 오전·오후 나눠 일을 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단란하게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가족은 2023년 1월1일 성남버스터미널이 폐업하면서 날벼락을 맞게 됐다.

시는 1층 상가 1곳을 임대해 임시매표소를 마련하고 앞 도로에 버스 6대를 세울 수 있는 임시 승하차터미널을 개설했다. 이에 따라 일가족의 상가가 있는 지하 1층은 자동 폐쇄돼 먼지만 날리는 상태가 돼버렸다.

고씨는 "성남시는 터미널을 공공시설이라고 했고 폐업할 때 상가들이 망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2023년 1월에 저희 가족에게 1년만 기다리면 해결책이 나올 수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서 1년 동안 일절 수입이 없는데도 시청을 믿고 참고 기다려왔는데 아무런 대책도 제시된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성남버스터미널은 현재 정상화 방안으로 여겨졌던 민간 간 '매각'이 무산됐고, 시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고씨는 "일시에 일가족 생계 수단이 사라져버렸다. 지난 1일부터 길거리로 나서 성남시청 등에서 시위도 하고 있지만 시장 면담도 안 해주고 있다"며 "생계를 말살당한 저희들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