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하나뿐인 공공 야구장, 공평한 이용은 상식"


손쉽게 체육공간 접할수 있게 노력
유소년 대회 대관에 몇차례 애먹어
수개월 마음고생 했지만 계속 목청


사람톱 김필립
김필립 수지구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수지구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더 많은 어린 친구들이 야구에 재미를 붙이게 하고 싶습니다."

유년시절부터 용인 수지구 일원에서 거주해 온 김필립 수지구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은 지난해 초 협회를 만들었다.

그는 수지구 인구가 40만명에 육박하지만, 관내에 야구장이 고작 한 개뿐이어서 수많은 유소년 클럽들이 야구장을 사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야구장 사용을 둘러싼 과정에서 일부 불합리한 부분을 발견,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는 게 김 회장이 밝힌 협회 창립의 이유다.

김 회장은 "현재 수지구에 있는 야구장은 명백한 공공시설로 용인시민이면 누구나 공정하고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단체에서 독점하다시피 시설을 이용하는 건 불합리한 처사이자 특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 누구나 동등한 자격으로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을 알리고, 실제 변화와 개선을 이끌어내고 싶어 협회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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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수지구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주관한 제1회 유소년 야구대회에 참여한 야구 꿈나무들. /수지구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협회 창립 이후 김 회장은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이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도 겪었다. 지난해 5월 협회가 주관하는 유소년 야구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했는데 대회 개최 날짜에 임박하기까지 장소 섭외에 애를 먹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야구장을 대관해 가까스로 대회는 치렀으나, 김 회장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음 달 열리는 2회째 대회 역시 장소 섭외를 놓고 김 회장은 수개월 간 마음고생을 거듭했다. 며칠 전 겨우 장소가 확정돼 한숨은 돌렸으나 이 같은 일이 똑같이 반복되는 점이 그저 안타깝다고 했다.

김 회장은 "기득권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1년에 한 번 치르는 대회 장소를 제공해주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고 정말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며 "잠시 눈감고 그러려니 한다면 대회도 편하게 치르고 힘들 일도 없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이 지난해부터 매년 취미반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유소년 야구대회를 개최하는 궁극적 목표는 더 많은 아이들이 야구에 재미를 붙이고 야구를 통해 행복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엘리트 선수 육성도 중요하지만, 취미반 등을 통해 생활체육으로 야구를 즐기는 아이들에게도 대회 참여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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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수지구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주관한 제1회 유소년 야구대회에서 김필립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지구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김 회장은 "엘리트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는 전국에 널리고 널린 반면, 취미반 아이들은 사실 그런 기회조차 접하기 어렵다"며 "야구 저변을 넓히기 위해선 엘리트 선수를 위한 인프라 구축 못지 않게 엘리트 이전 단계에 있는 꿈나무들이 야구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