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생… 성악 전공하다 지휘봉
내달 어린이날 '플라잉 심포니' 첫선
"아주 기쁘고, 책임감을 많이 느껴야 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달 초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새 부지휘자가 선임됐다. 부지휘자는 주어진 공연을 소화하는 것은 물론, 상임지휘자를 보조하며 공연 리허설 등을 체크하고, 돌발상황에 데뷔해 연주되는 곡들을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김선욱 상임지휘자를 도와 경기필을 함께 끌어갈 김지수 부지휘자는 새로운 자신의 행보에 말 그대로 '열정'을 내비쳤다.
성악을 전공했던 그가 지휘봉을 잡게 된 건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됐다. 대학 졸업 후 오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무대가 끝난 뒤 지휘자에게서 수업을 받게 된 것. 김 부지휘자는 그때 지휘의 매력을 강하게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제가 하는 손짓, 눈 마주침과 같은 작은 동작 하나에 오케스트라가 반응을 해주고, 제가 갖고 있는 음악적 아이디어를 통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며 "또 오페라를 하다 보니 이 음악 전체를 총괄하고 컨트롤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지휘자는 노래를 했던 자신의 경력을 장점 삼아 지휘에 녹여내고자 했다.
그는 "모든 멜로디에는 화성과 선율이 있다. 다른건 몰라도 노래를 해왔던 사람이라 멜로디를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아름답게, 그것을 어떻게 오케스트라 단원들한테 잘 전달하고 지휘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면들을 고민한다"며 "연습할 때 직접 노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지휘 공부를 하며 롤모델로 삼았던 지휘자들로는 '마리스 얀손스'와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꼽았다. '악보에 충실한 지휘자'라는, 되고 싶은 지휘자 상과 비슷하기 때문인데, 세밀한 악상과 다이내믹한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잡고 공연에 표출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고. 그러면서 '지휘자는 두루 잘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 부지휘자는 "지휘는 물론이고, 오케스트라와 소통이 안됐을 때 어떻게 단원들에게 빠른 시간 내 투명하고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화법도 중요하다"며 "얼마 되진 않았지만 벌써 지휘 외적으로도 알아야 될 것들이 많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기필이 첫 직장이 된 김 부지휘자는 1990년생이다. 경기필은 국내 악단들 가운데서도 젊고, 지휘자들의 요구에 기민하게 잘 반응하는 연주력으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러한 경기필은 김선욱 상임지휘자에 이어 김 부지휘자가 합류하며 한층 더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김 부지휘자는 "음악은 공용적인 언어"라며 "음악에 집중한다면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악을 만들기 위해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음악적으로만 잘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기필과 함께 하는 연주들이 지휘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으로 자리할 김지수 부지휘자는 "관객분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싶다"며 "저의 발전과 행보를 잘 지켜봐 주시고, 좋은 음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편 김 부지휘자의 첫 데뷔 무대가 될 '플라잉 심포니'는 5월 5일 어린이날에 선보인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과 같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곡들과 더불어 아기자기한 음악에 어울리는 애니메이션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