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문명의 공존… 다산의 위대한 유산
10월 3~6일 다산수변공원 일대 개최
'정약용 자연관' 반영 전시정원 꾸며
'지역사회 참여' 체험프로그램 구성도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테마 산책
지난해부터 '시민정원사' 양성 사업
수료생 실력 뽐낼수 있는 공간 제공
내달 18일 '정원음악회' 등 사전행사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아테네에 '정원'(Garden School)이라는 학교를 설립했다. 자연과의 교감, 심신의 건강을 중시했던 에피쿠로스에게 정원은 철학을 실천하는 공간이었다.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와 만족을 찾는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정원'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비단 에피쿠로스만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운 학교 '리세움'(Lyceum) 역시 정원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중정(中庭·건물 안에 설치한 정원 혹은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뜰)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곤 했다.
이처럼 정원은 변모하는 시대 속 변치 않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바로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라는 점이다.
이제 천혜의 자연을 갖춘 남양주시에서 '정원의 풍류'를 맘껏 누려볼 때가 왔다. 자연과 도시 그리고 문화를 연결하는 제1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오는 10월 남양주에서 꽃피운다.
■ 자연-도시-문화를 잇다…남양주, 2024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개최
'2024 제1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이하 박람회)가 오는 10월3~6일 4일간 다산동 중앙·선형·수변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2010년 시흥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매년 경기도내 31개 시·군을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정원 산책'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34만㎡ 규모로 조성, 드넓은 공간에서 시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예정이다.
시는 이번 박람회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자연관을 반영한 전시정원,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 정원,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탄소제로 정원까지 다양한 콘셉트의 정원을 조성한다.
중앙공원부터 수변공원까지 1.4㎞ 구간의 정원산책길을 조성하고, 이를 활용한 보행 문화 프로그램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박람회는 '정원 산책'이라는 주제 속 3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다산으로(전시정원) ▲공동체로(참여정원) ▲탄소제로(정원문화 프로그램) 등이다. 시는 지역 특성에 정원의 가치를 더한 남양주시만의 특색 있는 지역축제형 박람회를 열고, 이를 통해 남양주시의 정원관광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철학과 자연관을 재해석한 '다산으로 정원산책'은 선형공원을 산책하며 만나는 다양한 전시정원으로 구성된다. 작가정원과 시민정원, 생활정원, 시민정원사정원, 초청작가정원 등 5가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작가정원은 정원가 다산의 생태적 자연관을 해석한 정원으로, 개소당 100㎡ 규모로 총 6개소를 조성한다. 다산의 자연관을 해석하고 지속가능한 현대적 자연주의 정신을 담은 정원 등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선형공원 내 마루숲 구역의 초청작가정원은 땅과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정원의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황지해 정원가를 초청해 구성한다. 생활정원 6개소와 시민정원 10개소를 조성해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에게 문화적 산책의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공동체로의 정원산책'은 지역사회의 협력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상가정원, 숲정원, 휴게정원, 아파트 정원 등이 들어선다.
앞서 시는 지난 3월 국립수목원과 지역고유식물·광릉숲·수목원 등 자연자원보전과 정원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국립수목원은 팝업가든과 체험프로그램 등으로 박람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상가 주변에 위치한 중앙공원·선형공원·수변공원의 특성을 반영해 상인회와 함께하는 블루밍 정원, 정원 작가와 관내 청년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예술 정원, 정원산업전 등도 꾸밀 계획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구와 시민이 힐링하기 위해선 도시 정원의 활약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는 기후위기 문제의 해법으로 '정원'을 선택했다. 정원의 생태적 가치를 강조하는 전략으로, 다양한 친환경 프로그램을 도입해 박람회의 교육적 가치와 친환경 사업의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시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정원 산책 프로그램을 구상, 4가지 테마를 선정했다.
먼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농산물 장터, 정원산업전 등이 포함된 '친환경 마켓산책'과 정원토크콘서트, 플로깅 및 기부산책이 포함된 '렛츠그린 비즈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업사이클 체험산책'과 공연·전시 프로그램인 '초록극장 문화산책'도 예정돼 있다.
■ 남양주 1호 시민정원사 솜씨 뽐낸다…'시민정원사 정원' 조성
시는 이번 박람회에서 시민정원사 정원을 1개소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2023년 제1기 시민정원사 양성 교육(기초반)'을 수료한 시민정원사들을 대상으로 심화반을 운영, 실습 정원 형태로 조성하는 정원이다.
시민정원사 양성사업은 박람회의 남양주 유치가 확정되면서 정원문화 확산과 박람회의 인적인프라 구성을 위해 추진됐다. 시민들에게 정원 및 자연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정원도시 남양주를 조성하기 위한 인적자원 양성을 목표로 한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5월 첫 대상자 모집 당시 단 1분 만에 접수가 완료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교육은 ▲정원과 정원사 ▲정원의 식물 ▲정원설계 ▲정원의 일상적 관리 ▲정원의 겨울준비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으며, 현장 견학과 실습도 함께 진행했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총 25명의 시민정원사가 제1기 남양주시민정원사 양성 교육을 수료했으며, 올해는 1기 수료생들을 위한 심화반 과정과 제2기 기초반 과정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시는 시민 주도의 정원문화가 확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미리 만나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5월18일 사전행사 개최
봄기운이 가득 풍기는 5월,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사전행사인 '정원사가 되어 봄'이 시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할 전망이다.
사전행사는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박람회에 대한 시민 관심을 유도하고자 마련됐다. 5월18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다산중앙공원 일대(야외무대, 야외정원지원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행사에서는 개막식과 함께 정원음악회, 정원문화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시민추진단 발대식도 함께 진행한다.
시민추진단은▲정원조성팀 30명 ▲정원홍보팀 20명 ▲자원봉사팀 78명 ▲시민정원사팀 52명(비모집) 총 180명 내외로 구성 예정이며, 시민추진단은 10월 초 박람회 종료 시까지 활동하게 된다.
또, 행사에선 공모설명회도 열릴 예정이다.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주체로 정원작품 공모 안내와 함께 한국 정원 및 다산 정약용 인문학 강의, 대상지 설명 및 공원 소개 등 다채로운 행사가 계획돼 있다.
시는 이번 박람회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정원박람회이자, 시민 참여형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광덕 시장은 "오는 10월 열리는 제1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남양주시의 풍부한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지역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자연 친화적 정원도시 남양주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 시장은 "이용객 입장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촘촘히 계획하고,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전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시민 참여형 축제가 돼야 한다"며 "특히 재능을 가진 남양주 청년예술가들을 발굴해 청년에게 기회를 주고, 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박람회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