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부 붕괴 3명 영장·4명 송치
성남 공직자 '새올 게시판' 봇물
이전과 달리 '과도하다'는 분위기
조회수·댓글에 실제 행동 이어져


성남시 공직자들이 '분당 정자교 보도부 붕괴 사고'에 대한 경찰의 사법처리 방침이 발표된 이후 '과하다', '우리 모두가 대상일 수 있다'며 탄원서·변호사비 모금 등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8일 성남시청공무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찰 발표 직후 공무원 행정시스템인 '새올 게시판'에는 '우리 이렇게 조용히 있지 말아요', '동료를 위해서 변호사비를 모금해주세요', '우리 모두가 대상일 수 있습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경찰은 팀장급 2명 등 공무원 3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고, 4명에 대해서는 검찰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1일 사전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수원지법 성남지원 남인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방어권을 충실하게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조용히 있지 말아요'라는 글은 사전구속 영장에 대한 탄원서와 관련된 내용으로 조회수 2천425회에 댓글 55개가 달리는 등 성남 공무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져 2천500여 명이 참여한 탄원서가 법원에 제출됐다.

'변호사비 모금' 글은 '열심히 죽어라 일하고도 구속된다면 이는 비단 시뿐만 아니라 전국 행정부(국가직, 지방직 통틀어) 공무원들을 옥죄는 선례로 남을 것입니다'라며 '노조 차원에서 변호사비를 모금해달라'는 내용으로 조회수 2천313회에 '동참하겠다'는 댓글 91개가 달렸다.

고위직 한 공무원은 "이전에 기소, 구속 등의 일이 터졌을 때는 대체적으로 지켜보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확연히 다르다. 거의 모든 성남시 공무원들이 탄원서에 참여했고 모금에 동의했다"며 "'우리 모두가 대상일 수 있습니다'라는 글 속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심정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팀장들의 경우 평소 모범적인 공직 생활을 이어오며 문제가 될만한 일을 한 적이 없고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해왔는데, 예기치 않은 사고에 '보수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게 되자 '내 일일 수도 있다'는 분노와 동료애가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가 지난 7월 발표했을 때 유지관리 측면도 언급했지만 설계나 시공 등에 대한 구조적 측면도 언급했고, 많은 전문가들도 설계나 시공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30년이 된 다리의 붕괴를 유지 관리의 책임을 물어 일선 실무자들만 희생양으로 몰아세우는 건 과도하다는 분위기다.

성남시청공무원노동조합 이기행 위원장은 "누구나 그 자리나 그 위치에 갔을 때 그 정도에서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했을 텐데 결과에 따라 인신구속 직전까지 내몰렸다. 자연재해나 사회재난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양상도 다양해지는데 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그 자리에 근무하는 실무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