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을 포함해 다음 주 인천에서 열리는 가 볼만한 몇몇 전시를 소개합니다. 인천 개항장 거리부터 송도국제도시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미술 전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고철 위에 핀 꽃, 박충의 개인전 ‘꽃이 되다’
박충의 작가의 개인전 ‘꽃이 되다’는 오는 22일까지 인천 송도국제도시 ‘10.19 갤러리&라운지’에서 개최됩니다.
백령도 출신 박 작가는 강화도와 인천을 오가며 활발한 작업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갯벌을 주제로 한 전시 ‘소금꽃-바람을 만들다’를 진행했는데요. 왕성한 활동이 눈에 띄는 작가입니다.
지난 ‘소금꽃-바람을 만들다’는 생생고 정밀하게 갯벌을 그린 회화 전시였는데, 이번 ‘꽃이 되다’ 전시는 농기구, 연장, 닻 같은 고철에 쇠붙이로 만든 꽃을 피운 조형물이 가득하네요.
작가는 고물상에서 곡괭이나 호미 등 작품의 재료를 찾았다고 합니다. 화로에서 고열에 달궈지고, 대장장이의 수많은 풀무질과 매질, 담금질을 거쳐 만들어진 연장들입니다. 그 연장들은 어느 농부나 노동자와 삶을 함께하며 오랜 노동으로 닳고 닳아 마모된 것들이죠.
박 작가는 자기 생명을 다한 연장들이 사람의 신체 일부가 돼 살아왔던 이야기와 경험의 역사를 들려준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의 거친 경험이 축적된 연장들 위에 숟가락으로 만든 꽃을 녹여 붙였습니다. 쓸모를 다한 연장들이 우아한 곡선을 지닌 조형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연장의 붉은 녹마저 작품의 한 요소로 빛납니다. 버려지고 닳은 연장은 죽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전시 시간이 날마다 다릅니다. 월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화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금·토·일요일은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운영합니다. 오후 1~2시 사이는 전시장 문을 잠시 닫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휴무일입니다.
개항장 벨라, 강화 작가들의 각양각색 3인전 ‘살짝 띄어 봉봉’
인천 개항장 거리에 있는 ‘갤러리 벨라’에선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김희정한나, scribblie(양영지), 최정희 작가의 3인전 ‘살짝 띄어 봉봉’을 엽니다.
강화도에서 활동하는 작가 3명이 일상에 매몰된 각자의 숨겨진 욕구를 살짝 띄어 보는 전시라고 합니다. 각기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낯설면서도 어우러지는 전시가 될 것 같네요.
먼저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 캘리그라피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희정한나 작가는 ‘그비인골짜기에탑을세우리’를 주요 작품으로 선보입니다. 김희정한나 작가는 “결핍된 골짜기에 세워진 탑을 향해 가는 고래”라며 “고래는 묵묵하게 그 비어 있는 골짜기를 향해 나아가고, 그 비인 공간에는 또 하나의 탑이 쌓아 올려진다”고 설명합니다.
양영지 작가는 사람의 형체 같기도 하고 퍼즐 같기도 한 작품 ‘Paradox of Self-Portrait(자화상의 역설)’이 눈에 띕니다. 양 작가는 작업노트에 “하찮은 형상으로 뚫어져버린 거울 앞. 내가 존재하는 것일까, 주변이 존재하는 것일까”라고 적으며 질문을 던집니다.
최정희 작가는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을 미술에 결합한 ‘Project - Mama Cathy’를 소개합니다. 제너레이티브아트(Generative Art) 기법의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자화상 시리즈를 NFT 마켓에 민팅(디지털 파일에 NFT를 부여)한 후, 1개의 NFT를 오직 1점의 실물 작품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별도의 세계관이 있으니, 전시장을 찾아 직접 확인해 보길 권합니다.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캠퍼스, 인천대 조형연구소 ‘INU ART FESTA - IAF’
주말 사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예술체육대학(16호관)에 들러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는 12일까지 인천대 조형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전시 ‘INU ART FESTA - IAF’입니다.
이번 전시는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재학생들이 직접 기획해 운영합니다. 인천대 예술체육대학 건물과 주변 공간을 하나의 커다란 전시장으로 활용했군요.
모든 전시작은 협업을 기본으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선배와 후배가 팀을 꾸려 규모 있는 스케일과 표현을 도전했습니다. 학생들은 전시를 진행하는 공간을 먼저 이해하고, 작품 구상에 대해 소통하고 협업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김호경(조형예술학부 19학번) 씨는 “기존의 딱딱하고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서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의 작품을 제작하고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천대 조형예술학부장 권순한 교수는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기존의 틀을 허물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시를 구성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학생들의 참신하고 도전적 시도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