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사관학교' 경동대학교… 전국 1위 유지, 남다른 명성


쪼그라든 고용시장서 취업률 역주행
2019년 전국 4년제 대학중 최고 자랑

'가상 기업 운영' 실제 같은 실무경험
'대학혁신지원 우수사례'로 벤치마킹

산업계 참여, 체계적 진로 선택 설계
지역경제 활성화 '정주형 인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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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대 양주 메트로폴캠퍼스 정문. /경동대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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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대학이 취업률과 악전고투를 벌이는 와중에 무려 5년 동안 이 분야 선두 자리를 흔들림 없이 고수하고 있는 대학이 있다. 매년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시하는 대학 졸업자 취업률 집계에서 최상위권 취업률은 항상 이 대학의 몫이다. 올해도 80%에 달하는 취업률로 그 명성을 다시금 입증했다.

'취업사관학교'라는 별칭을 가진 경동대학교(총장·전성용)는 학생 취업에 관해서는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한발 앞서 도입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제는 교육의 수요를 학생에서 산업으로 옮기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산업계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 동향을 읽고 교육에 재빨리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발 물러서서 보면 국가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취업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 대학의 교육비법을 살펴본다.

■ '취업 가뭄' 속 나홀로 질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제조업 부진으로 고용 창출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고용시장의 어두운 전망을 던졌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도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와 비슷한 고용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 불어닥친 경기 불황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고용시장을 장기간 위축시키는 상황이다.

이처럼 쪼그라든 고용시장으로 주요 대학들의 취업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동안 경동대는 정확히 이 기간 역주행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대학 졸업생들은 매년 전국 최상위 취업률을 기록했다. 졸업생 1천500명 이상 중대형 대학 가운데 5년 연속 취업률 1위를 달렸다.

2023년 집계 기준으로 이 대학 취업률은 80.1%로 조사됐다. 올해 초 공시된 전국 대졸자 평균 취업률 66.3%와 비교하면 13.8%포인트나 높다. 심지어 지난해 취업률 78.6%보다 1.5%포인트 오른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국내 대학을 모두 통틀어도 이 대학보다 높은 취업률을 보이는 대학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 2019년에는 82.1%의 취업률을 달성, 전국 205개 4년제 대학 중 최고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 그래프 참조

대학 관계자는 "이맘때면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인서울 대학 중', '수도권 대학 중', '10대 대학 중', '여자 대학 중' 등을 수식하며 저마다 취업률 1위를 홍보하는데 순수한 의미에서 취업률 고공행진을 해온 대학은 흔치 않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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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가상기업 다니며 실무능력 배양


이 대학에는 사이버 공간에 실물기업을 닮은 가상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KDU Corp.(주)'란 이름의 이 기업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일반적인 업무를 그대로 재현한다. 건물과 실거래가 없다뿐이지 조직과 업무만 보면 실제 기업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경동대는 학생들의 실무능력 향상을 위해 가상기업 구축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실제 기업에서 실습이나 인턴 과정을 통해 배우는 업무 능력에는 사실 한계가 있다. 주어진 특정 분야의 업무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요즘 기업들은 잦은 이직에 따라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다방면의 실무능력은 취업의 중요한 요건이 되고 있다.

또 신입사원들을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런 추세는 업계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장에서는 이에 대비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말하자면 이제 대학은 '경력직 같은 신입사원'을 배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동대는 이런 고용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가상기업이란 자체 교육 플랫폼을 개발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상에서 직무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상기업이긴 하지만 신입사원 선발도 일반기업처럼 하며 업무도 거의 똑같다. 전국에서 처음 선보인 이 취업 교육은 대학혁신지원사업 우수 사례로 뽑혀 현재 많은 대학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 회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학과와 전공을 기반으로 인프라사업부, ICT사업부 등 5개 사업부와 인사, 총무, 재무 등 지원조직을 갖추고 있다. 가상공간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기업 체험을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예를 들면 입사 지원 프로세스 체험, 현업 공통 실무 체험, 프로젝트 체험 등이다.

'현업 공통실무체험'이란 프로그램에서는 회사원 누구나 알아야 하고 널리 활용되는 그룹웨어와 회계·ERP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기안 작성 등 전자결재 프로세스, 업무 메일 송수신, 재고·생산·회계·영업·구매 등 실무 전반을 배우는 교육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기업에 입사하면 기본적으로 하게 되는 업무를 재학 중에 숙달하게 된다. 사실상 학생들은 가상기업의 직원으로 일하며 최신 실무를 배우고 있다.

경동대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공유
경동대는 지난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 앞으로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경동대학교 제공

■ 학생·교수·기업이 머리 맞대 진로 설계


경동대는 2년 전 '취업사관학교 3.0'을 선언하며 진로 결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종전에 학생들은 진로를 정하기 위해 주로 담당 교수에게 의존해 왔으나 지금은 산업계가 참여,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설계된 진로 로드맵을 참고하고 있다. 진로 로드맵은 학생의 목표 진로를 직무능력별로 구체화해 제시한다.

취업준비단계와 실천단계로 나눠 달성해야 할 과제를 제시, 학생들이 이에 맞춰 집중적으로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대학은 준비 단계에서 실천 단계로 상호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도록 산업계와 협력해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점검과 평가를 통해 실천 단계에서 미비한 점이 발견되면 다시 준비 단계로 돌아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이런 단계별 로드맵을 통해 부족한 능력을 보완해 가며 종합적인 실무능력을 갖춰간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학내 취업역량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고 대외적으로 우호적인 취업환경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며 "캠퍼스가 있는 지역 산업계의 인력 수요와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교과에 적극 반영해 학생의 지역사회 취업역량을 증진하고 '지역정주형 인재양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순환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