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일까지 전남 해남군 미황사에서
이종구 초대전 ‘천년의 불佛빛’ 개최
인천문화재단 대표 역임 등 창작 중단
6년 만에 개인전 ‘불이’ 연작 등 선봬
전쟁 등 폭력 난무하는 세상 지양하고
평등·평화 가치 헤아리는 이미지 표현
뉴욕 메트 미술관 한국 특별전서 소개
한국적 리얼리즘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이종구 화백이 6년 만에 개인전을 엽니다.
전남 해남군에 있는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는 오는 15일부터 내달 2일까지 이종구 화백 초대전 ‘천년의 불佛빛’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이종구 화백이 우리나라의 절을 답사하며 작업한 미황사, 정암사, 무위사 등 불교적 세계의 풍경과 정신적 사유의 세계를 담은 새로운 작업 ‘불이(不二)’ 연작 등 20여 점을 선보입니다.
이종구 화백은 중앙대학교 미술학부 교수에서 정년 퇴임한 후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맡으며 개인적 창작 활동을 잠시 중단했습니다. 개인전은 2018년 이후 6년 만인데요. 이종구 화백이 애초 내년 1월까지였던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사퇴(2023년 12월14일 인터넷보도=사의 표명 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 “그동안 압박 부담” 심경 밝혀)하면서 그의 신작을 조금 더 일찍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전시는 최근 이종구 화백이 집중하고 있는 ‘불이(不二)’ 연작을 새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종구 화백은 전쟁, 자본, 이념 등 사회적 불안과 인간의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을 지양하고, 평등과 평화 등 가치를 생각하는 불교적 이미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국보 제78호와 제83호가 그림에 등장합니다.
그동안 작업해 온 비판적 리얼리즘 세계를 확장해 인류의 정신적 가치를 담은 작업입니다. 종교적 형식과 주제를 빌렸지만, 종교화는 아닙니다. 불교의 불이(不二) 사상은 ‘부처와 중생은 다르지 않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으나, 그 뜻을 헤아리긴 쉽지 않습니다.
전시 장소가 해남 땅끝마을에 있는 절이란 점이 독특합니다. 이종구 화백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의 절에서 전시를 열어 서울 독점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향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황사 주지스님의 초대를 받아들였습니다. 현장성과 지역성에 방점을 뒀습니다.”
이종구 화백은 1980년대부터 시대정신을 반영한 민중의 삶과 민족 현실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으며 20여 차례 개인전과 수많은 기획전에 참여했습니다.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으며 가나미술상, 우현미술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초상화를 그린 화가로 유명합니다.
미국 최대 박물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여 간 개최하는 한국실 설치 25주년 기념 ‘계보 : 메트의 한국 미술’ 특별전에도 이종구 화백의 1988년 작품 ‘국토-오지리에서(오지리 사람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박수근의 명작 ‘나무와 두 여인’(1965년)과 나란히 전시된 이종구 화백 작품은 한국적 리얼리즘을 대표한다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1980년대 한국 농민들의 현실을 생생히 담은 민중미술이 해외에서 K-미술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된 셈입니다. 조만간 이종구 화백은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하고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시 붓을 잡은 이종구 화백의 활발한 작품 활동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