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에 놓인 엘리트 체육의 요람


개교 이래 올림픽·AG 스타 배출
道선수촌에 '신설 이전' 대안 제기
노후시설 개보수부터 선행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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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노후화 문제를 겪는 경기체고 교사동에서 외벽 및 창호 교체 공사가 한창인 지난 17일 경기체고 학생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경기체고 훈련장은 공간이 협소해 새롭게 추가된 근대5종 장애물 경기 훈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4.5.1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시설 노후화와 공간 협소로 훈련에 차질을 빚는 경기체고는 내년 개교 3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경기체고 출신 스타들의 활약이 빛난 만큼 향후 30년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체고는 1995년 개교 후 꾸준히 전국체전은 물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스타들을 배출해왔다. 이들 스타는 뛰어난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올림픽 메달을 따낸 스타로는 2000 시드니올림픽과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윤미진(양궁)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창환(양궁)이 대표적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도마 요정' 여서정(체조) 역시 경기체고 출신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경기체고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양궁에선 정다소미(2014 인천아시안게임)와 최보민(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수영에선 성민(2002 부산아시안게임, 2006 도하아시안게임)과 김서영(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이 경기체고 출신이다. 근대5종의 김선우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부터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땄다. 김상도(사격)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김경애(육상 창던지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에서 활약했다.

이처럼 경기체고는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성과를 내면서 엘리트 체육 요람이란 명성을 이어왔지만, 앞으로 30년에 대한 비전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시설 노후화와 공간 협소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현재 제기된 대안은 신설 이전이다. 2030년 전후 건립 목표로 추진하는 경기도선수촌에 신설 이전하는 안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선수촌은 분산된 훈련시설을 집적화하고 도청 직장운동경기부를 포함한 도내 체육단체 간의 연계를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또 경기체고가 감당하는 수요를 분산하고 동계종목까지 영역을 넓혀 경기북부지역에 체고를 설립하자는 안도 제시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플랜은 경기도선수촌에 들어가는 것이다. 경기체고 공간이 초과됐기 때문에 앞으로 거기에 무엇을 더한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면서도 "훈련에 필요한 시설 투자나 개보수 공사는 경기체고와 협의해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체고가 향후 경기도선수촌에 들어가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공감하면서도 당장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경기체고가 현재 운영 중인 종목은 14개로, 이는 같은 수도권인 서울체고(22개)와 인천체고(21개)보다 적다는 게 아쉽다.

이상범 오산대 스포츠지도과 교수는 "좋은 시설에 선수촌에서 직장운동경기부와 고등부가 같이 훈련하면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기체고가 단순히 신설 이전만 된다면 오히려 선수촌에 흡수되는 것이다. 종목을 활성화시키고 예산을 투자해 역량을 높이는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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