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월 오래 기억하길… 어르신들 발 되고파"


이천 매곡리 '9대째' 거주중 前 이장
명아주 직접 재배 수차례 반복공정
年 40개 '만수무강' 새겨 관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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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장수 지팡이로 그간의 아름다운 세월을 한발 옮기실 적마다 기억하며 건강하시길 기원하는 뜻으로 만들어 드리고 있습니다."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에서 9대째 살고 있는 전 이장 남기종(69)씨가 장수 지팡이(청려장)를 만들 명아주를 곱게 사포로 문지르며 건넨 말이다.

남 전 이장은 2011년 공군 정비기술 준위로 30여 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 고향에 안착해 농사꾼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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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들께서 쓰시던 명아주 지팡이. 2024.5.18 / 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

부친을 모시며 힘든 농사일을 하던 중 부친의 또 다른 발이 되어주는 명아주로 만든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에 매료, 취미삼아 하나 둘 만들어 어머니와 이웃 어르신께 드리며 나누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새 마을 어르신들이 제 지팡이에 건강함의 의미를 담아 행복해 하시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남 전 이장은 "80세 이상에게 지팡이는 건강한 삶을 의미한다. 건강하지 못하셔서 지팡이도 필요 없게 되면 어르신들이 우울증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시는 것 같아 이 지팡이로 마을 어귀에라도 나오시며 걸으시라고 말씀드리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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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의 공정을 마친 명아주로 만든 장수 지팡이.2024.5.18/서인범기자sib@kyeongin.com

남 전 이장이 자신의 밭에 명아주를 재배해 이를 삶고, 갈고, 닦는 수차례의 반복공정을 거쳐야 1개의 장수 지팡이가 탄생한다. 혼자가 아닌 부인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 해 40여 개를 만들어 관내 어르신께 무료로 제공한다.

남 전 이장은 "2022년께 당시 이태희 호법면장과 함께 '상수(100세) 축하와 만수무강'의 글귀를 직접 작성하면서 "100년의 삶, 1세기를 건강하게 사셨다는 것은 주위의 귀감이 되고 면 전체의 경사스러운 일이라며 존경의 의미를 담아 장수 지팡이를 드릴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코끝이 찡하다"고 돌아봤다.

이 같은 어르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남 전 이장에 대해 이태희 시 홍보담당관은 "마을이장을 맡았을 때 환경개선과 분리수거사업 등의 모범마을로 사업비 2천만원도 받는 등 마을 일에도 열정적이다. 남들은 한평의 작은 땅에라도 곡식을 심으려 하지만 관내 어르신을 위해 명아주를 가꾸고 가공해 지팡이로 어르신의 발이 되어주는 그의 아름다운 마음이 널리 전파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려장'이라고도 불리는 장수 지팡이는 명아주라는 풀로 만든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로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지팡이다. 과거 여든 살이 넘으면 임금님이 하사해 어르신에 대한 예우를 했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1992년부터 노인의 날을 맞아 100세 어르신에게 청려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천/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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