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참 검소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돌려서 말하는 동료도 있고,
"선생님은 똑같은 옷만 입으시네요."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옷이 몇 벌 되지 않아 계절별로 상하의 두세 벌씩만 갖추고 돌려서 입다 보니 자세히 관찰하지 않아도 내가 단벌 신사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는 모양이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막 임용이 되고는 매일매일 새로운 옷을 입고, 예쁜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신념(?)으로 월급에서 많은 비중을 옷을 사는 데 썼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같은 계절이 다시 돌아왔을 때 작년에 샀던 옷은 더 이상 입을 수가 없었다. 유행이 바뀌어서, 내 취향이 바뀌어서…등등 늘 새 옷을 사야 하는 이유는 가득했다.
그렇게 패셔니스타 아닌 패셔니스타로 지내기를 수년. 어느 날 헌 옷이 그야말로 산을 이루어 쓰레기 동산이 된 기괴하면서 끔찍하고 무섭기까지 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내가 마구 사놓고 몇 번 입지 못한, 때로는 사놓기만 하고 입지도 않는 옷들이 저 쓰레기를 만든 거구나!' 더 이상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옷 구입을 멈추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이 셋을 낳아 키우는 아줌마가 되니 더더욱 '소비를 위한 소비', '목적 없는 소비' 즉 불필요한 소비는 자제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쓰레기로 가득 찬 지구가 아닌 맑은 공기 숨쉬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지구를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아가씨 시절에 들었다면 민망했을지도 모르겠다. 단벌 신사처럼 몇 벌 안 되는 옷을 돌려 입는다는 평가, 왠지 자신을 잘 가꾸지 않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럴 때면 마음으로 외쳐본다. '깨끗하게 빨아서 입고, 단정하게 입고 다니면 되지요. 늘 같은 옷만 입는다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잡스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는 멋진 어른이라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