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중의 '5만의 창, 미래의 벽'


2008년부터 최남단·최북단 어린이 참여 '꿈 모으기' 타일벽화 프로젝트


강익중 '5만의 창, 미래의 벽'
강익중 作 '5만의 창, 미래의 벽'. /경기도미술관 제공

경기도미술관 전시장 앞에 서면 회랑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타일들이 눈에 띈다. 멀리서 보면 모자이크 풍경화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면 산과 바다를 그린 배경에 작은 나뭇조각 타일들이 붙어 있다. 작품은 강익중의 '5만의 창, 미래의 벽'으로, 작가의 '어린이들의 꿈 모으기 활동'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벽화 작품이다.

개별의 타일은 어린이들이 연필이나 색연필, 크레파스 등으로 그려본 꿈과 희망이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에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 우주비행사, 과학자, 운동선수, 요리사, 가수가 된 자기 모습, 남북통일, 슈퍼 히어로, 행복한 지구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산과 바다와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그 풍경 위에 네온사인으로 비눗방울을 불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두 아이가 만든 비눗방울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으로 변하며 아이들의 꿈 위로 날아가고 있다.

강익중 '5만의 창, 미래의 벽'
강익중 作 '5만의 창, 미래의 벽'. /경기도미술관 제공

2008년에 진행된 이 벽화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최남단 가파초등학교와 최북단 대성초등학교까지 전 지역에서 참여한 5만 명의 어린이들과 자원봉사자 삼백삼십 명의 마음이 모여 완성된 것이다. 2018년에는 당시 참여자들을 다시 만나보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미술관의 오랜 기억을 간직한 작품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익중은 이 작품을 "모두에게 바치는, 모두를 위한 그림"이며, "아이들의 그림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창이며, 모든 사람이 아이들의 그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작가인 자신이 할 일"이고, "전 세계 아이들의 그림으로 임진강에 다리를 놓고, 전 세계인들은 우리가 하나 됨을 보고, 증거하고, 남북은 축제를 열고, 임진강에 다리가 놓이는 날까지 계속 그림을 모으고 싶다"고 말한다.

간혹 어린 시절 자신이 그렸던 꿈을 찾으러 미술관을 방문한 참여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영국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의 말처럼 미술관은 누군가의 꿈을 함께 기억하고 간직하고 있다. 오늘도 그 꿈들을 간직하고 기억하며 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본다.

/김선영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2024052301000232300022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