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든아트하우스 6월10일까지 김경인 초대전
1970년대 사회 부조리 항거…민중미술 영향
1990년대 들어서면서 소나무로 본 역사·인간
소나무 매개로 변주한 사유 ‘지그재그’ 선보여
인천 중구 개항장 거리에 있는 갤러리 도든아트하우스는 6월 1일부터 10일까지 소나무 작가로 알려진 원로 김경인 전 인하대 교수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경인 작가는 1941년 인천에서 출생해 서울예고 미술과를 졸업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작가는 젊은 시절 대구 효성여대와 상명대를 거쳐 인하대에서 후진 양성과 작품 활동을 병행했다.
작가는 1970년대 ‘창작미술협회전’ ‘제3그룹전’ ‘79신예작가 12인전’ 등에 출품하며 당시 군사정권의 부조리에 항거했고, 궁극적으로 1980년대 민중미술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작가는 1970년대 초부터 발표한 ‘문맹자’나 ‘어둠의 초상’ 연작들은 현실 비판의 기능을 상실한 그 시대 지식인의 모습이거나 정신과 영혼을 추스르지 못하고 육신만 존재하는 허깨비 같은 인간상을 담아냈다.
작가는 1990년대 한국 사회가 정치적 안정을 이루면서 현실 비판에 대한 작업이 설득력을 잃고 타성화하자, “서양 미술 이론을 답습하는 것은 그들이 씹던 껌이나 받아 씹는 것 아닐까”라는 고민에 시달렸다고 한다. 당시 작가가 그 답답증 때문에 떠난 강원도 정선에서 찾아낸 소재가 바로 소낭구(소나무)였다. 작가의 시선에서 소나무는 단순한 소재라기보단 그가 끊임없이 사유하고 천착해온 역사이자 인간이었다.
이번 도든아트하우스 전시에서도 소나무 작품과 함께 최근 김경인 작가가 실험하고 있는 ‘지그재그’ 시리즈를 보여준다.
풍상에 시달리면서도 용트림하면서 굴곡진 조형미를 보여주는 한국의 소나무에서 그는 시련과 극복의 역사를 사유하고, 우리 겨레의 얼을 표상하고자 했다. 한국의 소나무는 매력적인 조형성을 보이며 수줍지 않은 자태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겸손한 듯하면서도 당당한 기개를 서슴없이 드러내는 소나무는 한국인의 모습을 닮았다고 도든아트하우스는 설명한다.
도든아트하우스 이창구 관장은 “율동과 곧음, 연륜과 참신, 독야청청 존재를 드러내면서도 서로 의지하며 굳건한 삶을 보여주는 소나무를 통해 작가는 또 다른 차원의 리얼리즘을 구사한 것”이라고 했다.
작가가 최근 실험하고 있는 ‘지그재그’ 시리즈는 소나무의 조형성을 응축하고, 예술의 유희적 성격을 받아들이면서 잠재된 자신의 표현 역량을 모두 쏟는 긴 여정의 총체를 보여준다. 곡선과 직선, 반복과 멈춤, 끊임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다이나미즘(dynamism·역동설)과 이를 제어하고자 하는 지적·예술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모더니즘 추상에서 추구한 물질 개념이나 본질의 탐색보단 형태의 변주를 통해 자연의 질서와 존재론적 위상에 대해 설명한다. 과거의 현실적인 인식에서 출발해 몽상적 상상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경험과 예술적 의지가 소나무를 매개로 ‘지그재그’ 작업에 투영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