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파리지앵 없는 파리 올림픽


佛 정부, 시내 재정비… 사회적 약자에 자비없어 일각서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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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에펠탑 인근 올림픽 오륜기 조형물. /AP=연합뉴스


'파리지앵'들이 파리 올림픽을 두 달여 앞두고 저마다 짐을 싸고 있다. 파리 시내에 거주하는 중산층은 프랑스 특유의 기나긴 여름휴가를 7월로 앞당겨 떠나는 반면, 하위층은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 이른바 '올림픽 청소' 기조에 따라 파리 외곽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4일 파리에 거주하는 교민 한모씨는 경인일보에 "우리 가족은 파리 올림픽 기간 파리가 너무 복잡할 거 같아 파리를 뜰 생각"이라며 "여름 휴가 시즌과 맞물려 있기도 해서 이 기간 많은 파리지앵들이 파리를 떠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프랑스인들은 대개 7월과 8월에 기나긴 여름휴가를 떠난다. 프랑스는 '일 안 하는 나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30일가량의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급휴가를 노동자에게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는 8월에 휴가를 가는 프랑스인이 절반이 넘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 여파로 파리 시민들은 한 달 일찍 짐을 챙기게 됐다.

현재 파리 시내 숙박 요금은 평상시 대비 3배가량이 오르는 등 '올림픽 바가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기가 소유한 집을 숙소로 대여해 줄 수 있는 에어비앤비의 경우 파리의 부촌으로 불리는 16구와 17구 지역을 중심으로 '신생 호스트'로 뜨는 집들이 상당수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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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에펠탑 인근에서 순찰을 도는 프랑스 경찰의 모습.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파리지앵 노숙자·성 노동자 등 하위층인 사회적 약자 역시 이 기간 파리를 떠나야 한다. 각 국가들은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정화 사업을 펼치는데, 프랑스 정부도 치안 강화 등을 이유로 파리 시내 재정비 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주민을 비롯한 노숙자들은 파리 외곽의 10개 지역으로 거처를 하나둘 옮기고 있다.

아울러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는 성매매 단속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단속 영향으로 성 노동자들은 성매매 장소로 꼽히는 16구 불로뉴 숲과 12구 뱅센 숲에서 하던 거리 영업을 중단하고, 아파트에서 영업하거나 파리 외곽으로 떠났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용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 프랑스 내 인권단체들은 '올림픽 청소'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편, 52일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 기간 프랑스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도 예고되면서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중 쓰레기 수거를 담당하는 노조는 휴가철에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하는 데에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프랑스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산재한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 주목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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