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노동자 김동호씨 숨진 주차장 1년 후
폐색전증·과도한 탈수로 목숨 잃어
같은 지점 근무환경 올해도 무덥기만
2023년 6월19일 오후 7시께 코스트코 하남점 1층 주차장 한편에서 잠시 쉬던 김동호(30)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얼마 뒤 동료가 쓰러진 동호씨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낮 최고기온이 33℃로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그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쇼핑카트 정리업무를 맡아 주차장에 방치된 카트를 1층 매장까지 옮기던 동호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3시간마다 주어지는 15분의 휴식시간이 전부였다. 왕복하는 데 8~9분이 소요되는 5층 휴식공간은 있으나마나한 공간이었다.
이틀 전인 17일 4만3천보(26㎞)를, 다음날은 3만6천보(22㎞)를 걸었던 동호씨는 그날도 쓰러질 때까지 2만9천보(17㎞)를 걸었다. 맨몸으로 걷는 것조차 힘든 폭염 속에 쇼핑카트까지 끌며 수만보를 걷는다는 것은 살인적인 노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동호씨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숨진지 100여일 뒤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는 동호씨 유족에게 산업재해 승인 통지를 했다.
1년 가까이 지나 다시 무더위가 찾아온 지금도 현장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오후 4시께 찾아간 코스트코 하남점. 이날 하남시의 기온은 31℃. 평일 오후인 탓에 손님이 많지 않았지만 2~3층 주차장의 기온은 외부보다 1~2℃가 더 높은 32~33℃에 달했다.
먼저 1~3층 주차장에 흩어져 있던 쇼핑카트를 20여개 넘게 고정띠로 묶어 1층 쇼핑카드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해 1층 쇼핑카트 보관장소로 옮기는 쇼핑카트 정리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3시간마다 주어지는 15분의 휴식시간도 그대로인 탓에 엘리베이터가 올 때까지 잠깐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진 꿀맛 같은 휴식처럼 보였다.
5층 휴식공간도 바뀌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쇼핑카트 정리 직원들에게 1~2층에 추가로 휴식공간이 마련됐는지 물어봤지만 경계심을 보이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또 지하1층 사무실 앞에서 코스트코 중간 관리급 직원에게 재차 질문했지만 "휴식공간이 여러 곳에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장소와 언론공개는 어렵다"고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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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윤혜경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