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화장 불편 이어져 건립 추진
수정리·구시리 접경지 반발 무산
市, 유치철회… 보완 재공모 방침
2021년 이천시립화장시설 명칭 공모를 통해 최우수상을 수상한 '기억의 정원'이 점차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천시는 관내에 화장시설이 없어 시민들이 원정화장 등으로 4~5일장을 치러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2026년 말까지 3만㎡ 부지, 화장로 4기 규모의 화장시설 건립을 추진했다.
2019년 시작한 이 사업은 2020년 8월 공모를 거쳐 부발읍 수정리를 화장시설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해당 부지가 여주시와의 접경지에 위치하면서 여주시민들이 반발했다. 이어 경기도 감사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시는 4년4개월여 만인 지난해 9월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후 시는 바로 화장시설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주민포럼, 읍·면·동 마을설명회 등을 개최하며 올해 다시 공모 절차를 거쳐 지난 3월11일 대월면 구시리 60-6외 4필지를 화장시설 부지로 확정했다.
시는 입지 후보지 주민 가구 70% 이상, 신청지역통과 경계를 접하고 있는 마을의 60% 이상 동의 등을 받는 조건에 부합됐다며 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근 경계마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주민 동의나 설명회 없이 후보지가 선정됐다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시는 해당 지역에 임시시장실을 운영하며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당초 유치를 신청한 구시리에서 주민간 찬반 갈등 문제를 이유로 결국 유치 철회서를 지난 4월5일 제출, 시는 같은달 17일 부지 선정을 철회하며 화장시설 건립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시는 인근 지자체와의 광역화장시설 추진 또는 기존 추진 과정에서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재공모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등의 이유로 향후 추진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후보지 선정 철회 후 김경희 시장은 언론 기고를 통해 "화장장은 비선호 시설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미래를 대비한 큰 결단이 없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천시민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며 "내 동네에 화장장이 유치되는 것이 아니니 우리는 찬성이란 방관자적 자세도 지양해야 한다. 지역주민 모두 내일인 듯 함께 뜻을 모으고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천/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