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로즈 글래스 감독 ‘러브 라이즈 블리딩’
‘감각적 촬영·퀴어 느와르’ 신선한 장르적 특성
폐막작, 홍금보 출연하는 ‘구룡성채:무법지대’
90년대 무법지대 배경, 홍콩 영화의 향수 느껴
국내 국제영화제 최초 ‘AI 국제경쟁 부문’ 신설
“자본 아닌 상상력이 중요, 평등한 경쟁의 시대”
세계 장르 영화의 향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개·폐막작으로 각각 ‘러브 라이즈 블리딩’·‘구룡성채: 무법지대’가 선정됐다. 신선한 상영작 라인업과 AI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비를 마치면서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부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2일 부천시청 판타스틱큐브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의 개·폐막작을 비롯한 주요 행사 일정을 발표했다. 다음달 4일부터 14일까지 11일 동안 부천시 일원에서 펼쳐지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49개국의 장·단편 영화 255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으로는 로즈 글래스 감독의 ‘러브 라이즈 블리딩’이 스크린에 오른다.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미국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았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루와 재키가 우발적인 살인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고군분투를 그렸다. 북미에서는 개봉을 마치고 아마존 프라임 등을 통해 이미 VOD까지 공개된 작품이란 점에서 일부 아쉬움이 남으나, 감각적인 촬영과 ‘퀴어 느와르’라는 신선한 장르적 특성이 눈에 띈다.
폐막작으로는 아시아 영화인 ‘구룡성채: 무법지대’가 관객을 찾는다. 정 바오루이(소이 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왕년의 홍콩영화 스타 홍금보가 특별 출연한다. 홍콩의 무법지대로 불리던 구룡성채를 배경으로 이곳을 지배하는 사이클론과 주인공 록쿤의 이야기를 담아내 90년대 홍콩 영화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앞서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서 소개된 바 있다. 한편, 홍콩 액션 영화의 전설인 두기봉 감독은 BIFAN 마스터 클래스 프로그램을 위해 내한할 예정이기도 하다.
국제경쟁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서는 새로운 세계관과 독창적인 실험이 돋보이는 장르영화 8편을 선보인다. 섹션별 상영작으로는 테아 히비스텐다 감독의 ‘언데드 다루는 법’, 싯다르타 타타 감독의 ‘레스파티’, 랴오 밍 이 감독의 ‘숨통을 조이는 사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아시아 영화 3편, 미주·유럽 영화 5편을 선정하게 됐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장르 영화 부문의 빠른 성장이 눈에 띄는 인도네시아 작품을 비롯해 고전 호러영화와 서부극을 재해석한 미주 지역 작품 등이 돋보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영화제에서는 ‘BIFAN+ AI’ 사업을 추진하는 등 AI를 활용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특히 국내 국제영화제 최초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했으며, 권한슬 감독의 ‘원 모어 펌킨’ 등 본선에 진출한 15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현재 세계 영화 제작은 자본의 잔치가 됐고, 양극화의 끝에 놓였다”며 “자본 투자의 벽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성형 AI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이 아닌 상상력이 중요한, 평등한 경쟁의 시대를 열기 위해 BIFAN이 선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