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양반의 고장에 절절한 사랑이 흐른다
길이 387m, 국내서 가장 긴 목책교
물안개 피어날땐 다른 세상 온듯
포토스팟 팔각정·몽환적 야간 경관
다리 지나면 안동시립박물관·민속촌
'사별 남편 애틋함' 원이엄마 테마길도
안동호반나들이길, 나무 데크 편안함
인근에 숲길·정원 '낙강물길공원'
메타세쿼이아·전나무·연못 어우러져
모네의 그림속에 들어온 듯 환상적
숲과 자연, 잔잔히 흐르는 물과 은은한 조명, 전통과 현대,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안동 월영교 일대가 여름 휴가철 인기다. 최근 안동시립박물관을 비롯해 월영교, 빛의 정원 등 안동호 보조호수 일대에 조성된 조명을 새롭게 정비해 관광객들이 야간 경관에 매료되도록 하면서 국내 최대 '야경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수향'(水鄕) 안동의 매력을 가장 잘 담아낸 월영교는 지난 2003년 완공된 폭 3.6m, 길이 387m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교다. 그 주변에도 다양한 관광자원이 산재했다. 특히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숏을 남길 수 있는 안동의 비밀의 숲 '낙강물길공원'은 덤이다.
■ 달빛 머금은 월영교, 딴세상 온듯 몽환적
날씨가 좋은 낮에 월영교를 걸으면 시원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고, 밤에 찾는 월영교는 각종 경관 조명으로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한다.
기온차로 물안개가 피어날 때는 마치 다른 세상인 것처럼 몽환적이다. 낙동강을 감싸는 듯한 산세가 절경을 보여주며, 어둠이 진하게 물들면 몽환적인 야경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다리 양옆의 분수대도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다.
월영교 중앙 팔각정에서 인생숏을 찍고 월영교 아래 문보트를 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월영교에서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월영교 다리 중간에 있는 정자 '월영정'을 양측 입구에서 바라보고, 정자에 앉아 주변 풍광을 즐기는 것이다.
월영교 입구에서 시작해 월영정을 지나 다리 끝에 도착하면 왼쪽은 안동시립박물관과 민속촌, 오른쪽은 원이엄마 테마길이 나온다. 원이엄마의 이야기는 '조선판 사랑과 영혼'이라 평가받는다.
지난 1998년 고성 이씨 문중 이응태의 묘를 이장하던 도중 관에서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 한 켤레와 복중 아기의 배냇저고리, 이응태의 아내인 원이 엄마의 편지가 발견되면서 이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편지에는 31살 나이에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을 향한 보고 싶은 마음과 이들의 애틋하고 숭고한 사랑이 절절히 담겼다. 2001년 월영교를 지을 당시 이런 사연을 후대에 계승하고자 주변에 원이엄마 테마길을 짓는 등 많은 부분을 반영했다.
월영교와 이어진 안동호반나들이길도 좀 더 산책을 즐기기 위한 이들에게 인기다. 지난 2013년 안동시의 승격 5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호반나들이길은 길 전체가 나무 데크로 이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월영교 일대에는 안동시가 관광거점도시 사업으로 '수상공연장'을 조성하고, 원도심과 월영교, 영락교를 잇는 테마거리 조성과 빛의 터널 등 국내 최대 수변 관광지로 만들고 있다.
월영교 분수 조명을 비롯해 월영정 야간경관 조명 설치, 개목나루 숲 경관조명, 민속촌 및 선성현 객사 주변 산책로 조명설치, 관광안내판 조명 설치, 변압기 등 전기설비 정비 등으로 형형색색 조명과 자연경관이 잘 어우러진 야경 명소로 자리잡도록 했다.
야간경관 조명 정비로 인해 월영교의 황금빛 조명 빛이 낙동강 수면 위에 잔잔하게 투영돼 따뜻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월영교를 찾는 야간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전해준다. 월영교 분수를 가동하는 4~10월에는 다양하게 변하는 분수와 조명으로 낮과는 색다른 매력과 감동을 선사한다.
월영교의 밤 즐길거리와 볼거리 중 하나는 문 보트와 황포돛배 체험이다. 문 보트는 월영교에 휘영청 빛나는 초승달 모양의 전동 레저 보트다. 형형색색의 문 보트 위에서 유유자적한 여유로움을 즐겨볼 수 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국내 최장 목책교인 월영교, 거울처럼 맑은 호수와 병풍같이 둘러쳐진 산, 호반 둘레길을 잇는 야간 경관조명이 만들어내는 낭만적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 한국의 지베르니 '낙강물길공원'
월영교에서 차로 2~3분, 걸어서 10분가량 이동하면 안동에 숨은 또 하나의 명소가 나온다. 안동 비밀의 숲 '낙강물길공원'이다. 안동댐 수력발전소 입구 좌측에 있는 낙강물길공원은 주변 수자원 환경과 어울리는 숲길과 정원을 조성해 탐방객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힐링공간을 제공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작은 연못을 끼고 메타세쿼이아와 전나무가 자라고, 연못 위 돌다리와 오솔길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누리꾼들은 낙강물길공원을 가리켜 '한국의 지베르니'라는 애칭도 붙여 부른다. 이곳에서는 나무 그늘 곳곳에 벤치가 설치돼 있어 안동시민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사랑받는 휴식처로 통한다.
공원 곳곳에 숨어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클로드 모네의 그림 속을 들여다보는 듯 환상적인 결과물이 나온다.
이곳에는 안동댐까지 연결된 산책로와 월영공원까지 이어지는 수변데크가 있어 평상시 산책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공원 내 나무 대부분이 크고 풍성해 항상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가족단위 피크닉을 즐기고자 찾는 이들을 위해서 대형 파라솔과 테이블 등도 설치해 더운 날씨에 방문해도 문제없다.
■ 월영교 일대, 수상공연장·야간 콘텐츠 핵심
안동시는 안동호 보조호수 월영교 인근에 수상 무대를 띄운다. '안동 물빛 에스프리(Esprit) 수상공연장'이다. 지역의 특화된 공연콘텐츠를 개발·제작해 공연문화 분위기 확산과 관광객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선다.
안동호 보조호수를 가로질러 조성된 '월영교'는 이미 안동의 대표 관광지로 연간 수백여만명이 찾는 '핫 플레이스'다. 특히, 보조호수에는 문보트와 황포돛배가 물위에 떠다니면서 젊은층의 인기 장소가 됐다.
월영교 주변에는 민속촌, 문화관광단지, 구름애, 예움터 등 안동지역 문화와 정체성을 담은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야간 경관조명 등 시설이 꾸준히 설치되면서 안동의 핵심 관광지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다 '수상공연장'을 조성해 콘서트·뮤지컬·오페라 등 예술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수상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관광객 유치는 물론 안동 대표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천700㎡ 규모의 이 수상공연장은 중국 계림 이강의 절경을 배경으로 한 '인상 유삼저'(印像劉三姐), 대구 수성못 '월드클래스 수상공연장' 등에 버금가는 무대로 꾸밀 계획이다.
월영교 일대 관광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이 추진된다. 원도심과 월영교까지 2.2㎞ 구간에 산책로와 포토존, 편의시설 등을 설치한다. 법흥교~안동댐 진입로 2.3㎞는 빛터널로 꾸미고, 임청각~영락교까지 2.3㎞를 야간경관 테마거리로 만드는 등 '야간관광 콘텐츠 개발'에도 나선다. '성락철교'는 테마카페와 전망대,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랜드마크로 꾸미고, '와룡터널'은 스토리형 미디어 파사드와 미디어 아트로 공간 재창출에 나선다.
특히, 안동지역 대표 관광지인 '월영교'와 '선성현 문화단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24년도 열린 관광지'로 최종 선정돼 관광 환경 개선에 나선다. 선정된 관광지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전문가와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맞춤형 현장 컨설팅을 거쳐 세부사업을 확정하게 된다.
월영교에는 보행로 개선, 월영교 데크보수, 공중화장실 개선 등 인프라 개선 사업을 비롯해 벚꽃길 맨발체험 프로그램, 안동댐 일대 전기자동차 운영 등 콘텐츠 개발 등을 추진한다.
올 여름 휴가, 전통과 역사가 고스란히 전해오는 안동을 찾아 월영교 일대의 고즈넉한 야경과 낙강물길공원에서의 이색적 여유로움을 통해 진정한 쉼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매일신문=엄재진·김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