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의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


이우성의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
이우성 作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 /경기도미술관 제공

두 폭의 천으로 이루어진 이우성 작가의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그려졌다. 이 사실을 알고 보면 바다의 모습은 더욱 쓸쓸하다. 파도를 가르는 배 위에서 청년이 바라보는 바다는 분명 빛으로 반짝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작가는 주로 일상에서 겪은 일이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포착하여 그려낸다. 세월호 참사는 당시 청년작가인 그에게도 일상으로 파고든 사건이었다. 청춘에게 아름답게만 보이던 바다가 더 이상 있는 그대로의 반짝이는 아름다움으로만 느껴지지 않던 그 시기의 감상이 담겨 있다.

회화가 시공간을 반영하는 시대의 목소리라고 여기는 작가의 생각처럼, 작가의 이야기는 지극히 주관적인 소재를 화폭으로 옮기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에게 보편성을 느끼게 한다.

개인의 삶의 이야기가 모여 전체 사회로 확장되듯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시대의 목소리를 담는다. 10년 전 수많은 청년들이 사회적 참사 속에 떠올렸을 법한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라는 문장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것처럼.

작가는 이 시기부터 캔버스 대신 천을 회화의 지지체로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관과 이동이 편리할 뿐 아니라 크기의 제한도 없다. 전시를 할 때는 천장에 걸거나 벽에 고정할 수도 있고, 바닥에 끌리게 할 수도 있다.

2015년 진행한 프로젝트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에서는 서울 구석구석을 거닐며 빈 벽에 그림을 걸었다. 2023년에는 강릉 동부시장 곳곳에 걸개 그림이 걸렸다.

안료도 유화보다 더 평면적이고 가벼운 느낌의 아크릴 구아슈를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재료의 선택은 작가가 회화의 소재를 일상에서 찾듯, 회화 자체도 일상에 더 쉽게 스며들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10년전 쓸쓸히 바다를 바라보던 청년은 어느새 40대에 접어들었다. 작가가 그려온 현재의 모습들은 이제 과거가 되었지만, 여전히 작가는 '지금'을 그린다. 지금은 다시 과거가 되겠지만, 이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또 다른 나의 이야기, 사회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우성 작가의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 외 3점의 작품이 현재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세월호참사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에서 전시중이다. 전시는 7월 1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조민화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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