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80·사진)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고전 연구자다. 인문학의 기본이 되는 서양 고전 연구가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이태수 교수는 인천 율목동 태생으로 신흥초·인천중·제물포고·서울대 등에서 수학했다. 독일정부 초청 장학생 자격으로 독일 괴팅겐대학교에서 철학과 고전 문헌학을 10년 가까이 공부했다.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 고전을 라틴어 고대 희랍어 등으로 직접 해석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자가 드문 시대였다고 한다.
독일 유학 당시 스승인 고(故) 박홍규(1919~1994)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고전 문헌학을 배워 오라"는 당부가 있었다. "한국 학생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끔 터를 닦는 것이 평생 교수하면서 할 일"이라는 특명과 함께였다.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부임해 후학을 양성했다. 대학교 교무부처장,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서울대 인문대학 학장, 서울대 대학원장 등의 역할을 맡아 일했다.
이태수 교수는 학창 시절부터 새롭고 낯선 것에 이끌렸다고 한다. 이러한 자신의 성향이 철학과 고전 문헌학을 공부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그의 성장기는 "인천의 항구를 바라보며 더 넓은, 미지의 어떤 세계로 가고자 하는 꿈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고 했다. 그는 고향 인천이 이러한 자신의 삶의 시작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인공지능(AI)이 활약하는 시대다. 이태수 교수는 이러한 시대를 사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남겼다.
"'어떤 삶을 살아야 되느냐를 항상 생각하라'는 서양 고전의 문구를 자주 인용하고는 합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할까 자문하는 것은 인간 지성의 특권이면서 동시에 저주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지성의 특징은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과연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가,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을 만드는가가 시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어쨌든 심각한 공부입니다.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생각하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 관련기사 ([아임 프롬 인천·(28)] 책을 많이 좋아했던 아이 밤나무골 이태수입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