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분위기 바꾸려다 좌절도… 어린 제자들 덕에 버텨"
도전 선호… "사서 고생해" 만류도
市종합운동장서 학교 운동회 '대박'
급식실 등 조성… 마지막까지 최선

정창근 용인 서룡초등학교 교장은 춘천교대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1987년 3월 교편을 잡았다. 교사의 꿈은 이뤘으나, 실제 학교에서 근무하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새로운 것에 늘 목마르고,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던 '열혈청년'에게 학교라는 울타리는 좁았다.
정 교장은 "사실 사직서를 여러 번 던질 뻔 했는데, 그러다 저러다 보니 어느새 정년을 앞두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 교장은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지금도 늘 에너지가 넘친다. 안정 대신 도전을 택하고, 갇혀 있는 사고를 지양하는 그의 성향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사 생활 내내 애를 먹었다고 했다.
정 교장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당시만 해도 학교라는 곳이 폐쇄적인 느낌이 강했고 그러다 보니 늘 침체돼 있는 분위기였다"며 "이걸 깨보고자 노력했는데, 번번이 벽에 부딪혔고 그럴 때마다 포기할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를 일으킨 건 학생들이었다. 정 교장은 "그만둘까 싶다가도 어린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정말 그런 마음이 싹 가셨다"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제자들 덕에 지금까지 버텼던 것 같다"고 했다. 이때부터 그는 오로지 학생들에게 방점을 찍고, 학생들이 있기에 교사도 학부모도 존재한다는 것을 자신의 교육철학으로 삼고 있다.
정 교장은 과거 2000년대 초반 이천의 신하초교에서 근무했을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이천종합운동장 개관에 맞춰 이곳에서 학교 운동회를 개최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교장부터 시작해 '괜한 일 만들지 말라'는 12명의 교내 부장들까지 모두 설득해 결국 종합운동장에서 학교 운동회를 열었고, 학생·학부모에 내빈들까지 수천명이 모여 웬만한 지자체 단위 행사 이상의 '대박'을 쳤다.
정 교장은 "내가 책임지고 벌인 일이니 제대로 마무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안 될거라고 미리 한계를 두지 말고 일단 해봐야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교장으로 서룡초교에 부임한 이후 그는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지자체와 교육청의 문을 두드렸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안전한 통학로가 갖춰졌고, 운동장 한 편엔 학생들의 야외공연장이 마련됐다. 올 가을이면 번듯한 급식실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가 기획한 직업체험 특강엔 매년 스무 명 넘는 전문직업인들이 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정 교장은 "내년 2월이면 퇴직이고 남들은 뭣하러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냐며 뜯어말리는데, 이게 내 스타일인 걸 어떡하겠느냐"고 껄껄 웃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