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인 정책서 벗어나 자치행정 강화 나서
북한 간첩 침투로 사용된 우이령길 사용 제한
서울 강북구 등과 정부 압박… 전면개방 성과
대표성·독립성·자율성 특징 주민자치회 운영
사업 지원하고 발굴한 의제는 시정 적극 반영
신도시 개발로 인구 급증… 행정 수요도 대비
기본계획 수립 1년 만에 회천4동 분동 마무리
직원들의 소통·참여로 공정한 인사평가 도입
기준인건비 인상 노력… 작년보다 5.3% 증가
민선 8기 들어 양주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자치행정 강화다.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의 획일적인 행정에서 벗어나 지역발전을 위한 독자 생존전략을 추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시도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접경지 도시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양주시가 생활권을 공유하는 인근 다른 지자체의 문제점을 대변해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변화로 볼 수 있다.
양주시가 인구 30만을 코앞에 둔 중견도시로 급성장하면서 이런 변화는 어찌 보면 필연적일 수 있다. 종전과 같이 정부와 광역지자체의 행정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역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각종 규제에 얽매여 있는 특수 상황에 놓인 접경지는 더욱 그렇다.
양주시의 자치행정 강화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고 이는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를 맞은 도시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주시가 추구하는 자치행정 강화가 어떤 방향인지 최근 자치행정 분야에서 거둔 주요 성과를 통해 짚어본다. → 편집자 주
■ 우이령길 전면 개방
우이령길은 서울 강북과 양주 장흥을 잇는 고갯길로 예전부터 양 지역의 물자 유통로로 활용됐다. 6·25전쟁이 나면서 군수물자와 군 차량 통로로 본격 이용되며 도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서울에 농산물을 내다 팔던 장흥 주민들에게 이 길은 생존이 달린 길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1968년 청와대 기습을 목적으로 남파된 북한 간첩의 침투로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듬해 1969년 완전 폐쇄됐다.
2000년 들어서며 재개방 요구가 고개를 들었고 2008년 예약제를 통해 출입인원과 시간을 제한하는 부분 개방이 이뤄졌으나 전면 개방의 목소리가 서울과 양주 양 지역에서 이어졌다. 양주시 입장에서 전면 개방은 지역발전을 위해 절실한 현안이었다. 그간 민선 시장이 바뀔 때마다 줄기차게 정부에 건의했으나 환경 보호라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양주시는 국립공원 민간 개방 기조를 놓치지 않고 지난해 서울 강북구와 손잡고 정부 부처에 압박을 가했다.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고 경기도 북부권 시장군수협의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우군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을 폈다.
마침내 지난해 6월 그간 중단됐던 우이령길협의회가 재구성됐고 3차례의 협의를 진행한 끝에 국무조정실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는 양주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올해 3월 평일 예약 없이 출입할 수 있는 전면 개방이 이뤄지게 됐다.
정부 정책과 중앙기관의 행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대처했다면 아마 올해 전면 개방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이령길 전면 개방 덕분에 우이령길과 이어진 장흥 지역의 관광산업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양주형 주민자치회 전환
자치분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주민자치의 기능이 중요하다. 이른바 '풀뿌리 자치'로 불리는 주민자치가 그간 사실상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시는 민선 8기가 들어서자마자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40조를 근거로 주민자치회 기능 회복을 위한 혁신에 나섰다. 양주형 주민자치회 모델은 바로 이를 통해 나왔다.
양주형 주민자치회는 대표성과 독립성, 자율성을 특징으로 한다. 시가 주민자치회에 적절한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독자적인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종전의 사실상 이름뿐인 주민자치회와는 차별화된다. 양주형 주민자치회는 연구용역을 통해 모델을 구축했고 지난해 2월 기본계획이 나와 5월 추진단이 구성돼 운영됐다.
올해 1월 출범한 주민자치회는 전담 인력도 채용할 수 있고 설치와 운영도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지역 발전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시는 이를 시정에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양주형 주민자치회가 지역 발전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신도시 행정수요 신속 반영
양주시 성장은 신도시 개발이 발판이 됐다. 신도시가 들어서며 인구가 증가하고 관련 기반시설 개발이 잇따르게 됐다. 문제는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그만큼 행정 수요도 커지는데 행정은 이에 뒤처진다는 것이다.
시는 옥정신도시 회천4동이 인구 증가로 행정수요가 커지자 분동 작업에 착수했다. 행정동 분동은 상당히 복잡한 절차가 따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필요한 절차를 얼마나 신속히 처리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시는 분동 기본계획 수립에서 분동까지 1년여 만에 끝냈다. 기본계획 수립과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나자마자 TF팀을 구성해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조례 개정도 비교적 빠르게 이뤄져 분동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데 도움이 됐다.
■ 소통인사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인사는 자치행정에도 중요한 요소로 시는 민선 8기 들어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인사는 무엇보다 합리성과 공정성이 중요한데 소통협의회는 이를 위해 주요 인사 운영에 대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반영한다. 직원들의 소통과 참여를 통해 인사가 공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사 행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감사담당관을 개방형 직위로 바꿔 유능한 외부 인력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감사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점이다. 내부 직원을 임용하던 때보다 부조리한 관행이나 감사 결과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공정한 인사 평가를 위해 다면평가라는 새로운 제도도 도입됐다.
이 제도는 평가 주체를 다원화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편파 인사를 막고 전보나 포상 등 각종 인사 운영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시는 기준인건비 인상을 위해 정부가 2025년까지 정한 기준인건비 동결 조치에 대응해 행정안전부에 수차례 건의했다. 지난해 8월에는 국회를 찾아 의원들을 대상으로 기준인건비 인상의 필요성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올해 기준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5.3% 증가해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