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환·조해준의 '미군과 아버지'


조동환이 겪은 11~22살 특별한 경험 다뤄
아들 조해준 '구술 드로잉' 조형물로 설치

조동환, 조해준 '미군과 아버지'
조동환·조해준 作 '미군과 아버지'. /경기도미술관 제공

누구나 한번은 부모님 삶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순간이 있다. 글쓴이도 여든을 곧 맞이하는 어머니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어머니는 옛 기억을 소환하여 자주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시곤 한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 삶의 기록을 특별한 형태로 남기고픈 마음이 스쳐가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련한 기억의 한자락을 요즘 더 들려주시려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시려온다.

조해준의 아버지를 향한 마음이 글쓴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군과 아버지'를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 이 작품을 보면서 차오르는 울림이 다른 것은 글쓴이의 어머니 때문일 것이다. 과거와 다른 감각이 열리면서 새로운 감동을 받는 까닭이고 할 터이고.

조해준의 아버지가 화가 지망생이었기에 예술가 아들과의 공명이 그들 사이에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욱 가슴을 울리는 것은 그의 아버지가 겪어야만 했던 시대를 22장의 다큐멘터리 드로잉으로 제작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시대를 이야기하고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동시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군과 아버지'는 조해준의 아버지이자 이 작품의 작가이기도 한 조동환이 11살부터 22살까지 겪었던 특별한 경험을 다룬다. 조동환이 처음 미군을 만난 장소는 일본 홋카이도였으나, 미군부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하던 시기에 미군을 다시 보고 들으면서 경험했던 그의 이야기가 '미군과 아버지'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 한국전쟁, 반공이데올로기로 혼란스러웠던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청년 시절로 보냈던 조동환의 개인사이자 동시에 시대사다. 조해준의 구술 드로잉은 아버지의 기억을 소환하여 젊은 시절에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도록 만들었다. 그야말로 '꿈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입체조형물로 설치한 '미군과 아버지'를 통해 관람객은 책장을 넘기듯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시대를 공감할 수 있으리라.

/김현정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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