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된 어르신들 이야기… 다양한 음악 장르 경험"


일상적 소재 가사로 만드는 일 도와
우울증 치료 도움 됐다는 참가자도
노년층의 경험·감정들 느껴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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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션이자 '오작쓰작 프로젝트' 강사와 작곡을 맡고 있는 강백수(왼쪽)와 이청록씨. 2024.6.3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만 60세 이상 시민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음악가가 만든 곡에 그 가사를 입혀 하나의 노래를 불러 완성한 '시니어 작사가 프로젝트 - 오작쓰작' 2기 프로그램이 지난 13일 마무리됐다. 인천 부평구문화재단이 부평남부노인문화센터와 협업해 추진한 오작쓰작 2기 프로그램은 8명의 시니어 작사가를 배출했다.

참가자들은 3개월 동안 작사 실습, 노랫말 쓰기, 노래 배우기 등 교육을 받았다.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잘 몰랐어 미안해', '그저 한번 불러봅니다' 등 시니어 작사가들이 지은 노래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자신의 인생을 관조하고 성찰한 내용의 가사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1기 프로그램에 이어 올해 2기 프로그램 작사 강사를 맡고, 참가자들의 노래를 작곡한 싱어송라이터 강백수(37)와 이청록(37)을 최근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에서 만났다.

강씨는 "우선 어르신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스토리로, 산문으로 발화할 수 있게 도왔는데, 이 과정에선 강사들이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그렇게 나온 글을 가사로 만드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또한 "문단별로 나뉜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후렴으로 사용했고, 글의 구조에 맞춰 어울리게 문단을 정리하고 축약해 1절과 2절 가사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대부분 어르신이 일상적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일상의 소재를 노랫말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은유적 표현 등으로 바꾸는 과정에서의 단어 선택, 장면과 감정을 노랫말로 바꾸는 아이디어 공유 등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자신의 이야기로 자신만의 노래가 생긴다는 것에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다'는 말을 한 어르신도 있었고, 실제로 우울증 치료에 큰 도움이 됐다는 참가자도 있었다"고도 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는 강씨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작사 프로그램 '작작 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노인층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본 경험에 대해 강씨는 "어릴 적 읽은 위인전에서 어떤 인물의 노년기를 묘사할 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며 이야기를 끝낸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까지 노년이라는 것은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시간이겠거니 생각했다"며 "그러나 대부분 가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이야기였고, 이들에게도 앞으로의 삶이 어떠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 나이에서 경험할 수 없는 그런 경험들과 감정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며 "평소 제 음악 스타일이 아닌 어르신들에게 맞은 음악을 작곡하다 보니 다양한 장르를 시도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평구문화재단은 오는 8~12일 '오작쓰작' 3기 참가자를 모집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