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엔 모델같은 시민들… 동두천 애환 사진에 전부 담고파"


미군 떠나며 상권 쇠락·기지촌 여성 등 역사적 아픔… 보듬고파
규모 작더라도 여러 곳서 문화사업 계획… 소외된 이 없도록 노력
'119소방관 사진전'·'워낭소리 그 후 화보집' 그의 손끝에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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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이자 동두천 두드림뮤직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지영빈 감독이 자신의 대표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영빈 감독은 이선희, 조용필 등 당대 내로라하는 가수, 전 대통령 등 유명 정치인의 사진을 찍은 유명 사진작가다. 119 소방관 사진전, 워낭소리 그 후 화보집 등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사진들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그런 그가 경기북부의 끝자락, 동두천에 자리를 잡았다. 최근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며 제주도에서 작품 활동을 했는데, 지난 4월1일자로 동두천두드림뮤직센터의 센터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이다. 의정부 출신인 지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살려 동두천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열의를 불태웠다.

"동두천은 정말 매력적인 동네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지자체보다 한(恨)도 많고, 문화적 잠재력이 풍부한 곳이죠. 대표적으로 보산동만 하더라도 영화 세트장이 따로 없습니다. 과거 미군부대의 정취와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죠. 동두천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끌어내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아티스트 인재들을 발굴하는 역할도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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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감독이 동두천에 자리를 잡게 된 데에는 고향 경기북부로 돌아와 일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박형덕 시장과의 오랜 인연도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과거 한미2사단에서 사진기자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의정부 CRC(캠프 레드클라우드), 동두천 캠프 케이시 등을 드나들며 활동하던 그때도 전 동두천의 거리와 문화에 매료됐었죠. 그때 많은 연예인을 불러 협업하는 과정에서 시민들 사이에 저라는 사람이 좀 알려지는 일이 있었고, 당시 도의원이었던 박 시장님과는 우연히 만나 문화적 가치관을 교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동두천과 좋은 인연을 이어오면서 홍보대사 활동도 하고…. 이제는 이렇게 동두천을 위해 일하게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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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감독은 동두천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문화적으로 보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동두천의 역사와 지역 정서를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군 주둔으로 성황했던 동두천은 이제 미군이 떠나면서 상권이 약해지고 문화적으로도 많이 쇠락해진 상황입니다. 이후 국가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동두천 시민의 피해의식과 분노가 크죠. 또 한편으론 기지촌 여성들의 아픈 역사도 있습니다. 사진작가로선 동두천의 이런 눈물을 사진에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한편으론 동두천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다 대중적인 방법으로 알리고 싶기도 합니다. 유명인 및 연예인들과 협업을 통해 결과물을 만든다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구절절한 텍스트보다 때론 사진 한 장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욱 강력할 때가 있으니까요."

지 감독은 두드림뮤직센터에서 찾아가는 버스킹, 다양한 문화복지사업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 소외되는 시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피력했다.

"많은 예산을 한꺼번에 소진하는 것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다양한 곳에서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형태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한 대를 타고 가수들이 소외된 분들을 찾아가 버스킹 공연을 한다든지 하는 것처럼요. 비싼 돈을 들여 축제를 여는 대신 봉사와 문화공연을 접목시키는 그런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 김에 장수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찍어드릴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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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감독이 처음 사진을 접하게 된 것은 미대 입시에 실패한 뒤 우연히 암실을 경험하면서였다고 한다. 그는 어두운 암실에서 인화지에 상이 맺히는 모습을 보면서 직관적인 사진의 세계에 빠졌고, 미군부대에서 사진을 찍었던 류후선 선생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사진에 푹 빠져 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넓히게 됐다고 그는 회상했다.

"어느 날 가수 이선희씨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새로운 앨범 재킷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는 것이었죠. 당시 이선희씨는 TV만 틀면 나오는 최고의 가수였는데, 전 무명 사진작가에 불과한 상황에서 저로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선희씨가 원하는 '새로운 사진'을 구현하기 위해 암실에서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여러 노력 끝에 제가 고안한 '수채화 기법'으로 특별한 질감을 나타낸 사진을 완성했고, 결국 이선희씨 6집 LP 앨범에 실렸습니다. 이후 그 사진이 퍼지면서 변진섭, 조용필, 설운도, 송대관씨 등 유명 가수들과 작업을 하게 됐죠. 하도 많은 앨범 재킷 사진을 찍어서 나중엔 기네스 상까지 타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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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감독이 카메라로 담는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세상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 담겨있다. 그는 2016년부터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핸드 포 히어로(HAND FOR HERO)'에 참여하고 있다. 여학생 생리대 기부를 위해 여성 경찰관들과 제주도에서 찍은 화보집도 지 감독의 재능기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최원균 옹의 모습을 담은 화보집 '워낭소리 그 후'에선 농부의 땀과 눈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소방관 사진 프로젝트는 중학교 동창과 대화하다 우연히 시작하게 됐습니다. 소방관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알리기 위한 마음이 컸죠. 매년 소방 화보집과 달력을 제작하고,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수익금의 일부는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하고 있고요. 소방관 사진이 많이 알려지면서 몸짱 여성 경찰관 화보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소외계층 여학생에게 생리대를 지원한다는 취지가 좋아서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워낭소리 그 후' 사진은 나중에 최원균 옹의 영정사진이 되기도 해 의미가 깊습니다. 영정사진도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라 인물의 진짜 모습을 나타내는 사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그 작업을 통해 느꼈습니다. 제가 동두천에서 하고자 하는 활동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을 겁니다. 제 눈엔 동두천 시민 한 분 한 분이 다 모델로 보입니다. 두드림뮤직센터장의 역할도 충실히 임하겠지만, 사진작가의 한 명으로서도 동두천의 매력을 담아내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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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오연근·김도란기자 oyk@kyeongin.com

■지영빈 사진작가는?

▲국내 최초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선정 사진작가
▲대한적십자사 선정 문화나눔작가
▲조용필, 장동건, 김건모, 설운도, 이승연, 이다해, 이선희, 백지영 등 화보 및 앨범 재킷 촬영
▲이명박, 박근혜, 이종걸 등 다수 정치인 프로필 촬영
▲2010년 워낭소리 그 후, 화보집 출간 및 New York, Atlanta 사진전
▲2013년 유네스코 초청 사진전
▲2014년 동두천 다큐화보 촬영
▲2018년 핸드 포 히어로(Hands For Hero) 소방관 및 의료진 촬영 및 전시 다수
▲2020년 전국 몸짱 여성경찰관 촬영(소외계층 여학생을 위한 생리대 기부)
▲2021년 앙코르 프랑스 오리지널뮤지컬 콘서트 사진집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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