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백의 '새드 미러'
선배 실종으로 얻게된 생각 작품에 담아
자아의 실재·이상사이 간극… 고민·여운
이용백은 독일유학 시절이었던 1990년대 초반,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던 그때, 함께 유학중이던 선배가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실종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용백은 그 상황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고, 몇 년 후 그가 경험했던 상황과 관련된 그의 생각을 작품으로 제작했다.
<새드 미러>, <깨진 거울> 등 일련의 거울이 포함된 미디어 설치작품은 이러한 내밀한 이용백의 일상과 심리로부터 출발했다. 선배의 실종과 관련하여, 이용백은 자아 분열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고 한다.
'자아가 분열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거울이 깨져서 반사된 내 모습이 일그러지는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지속했다고 한다. 서로 모순되는 2개의 자아가 의식적으로 통합되지 않은 체 함께 존재하는 것이 자아분열이라고 한다면, 이용백의 <새드 미러> 앞에 섰을 때 우리의 모습과 우리의 생각은 과연 어떤 것일까.
거울 앞에 반사된 우리의 모습은 실제의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 어디쯤에 있을까. 이용백의 <새드 미러>를 통해 우리는 자아의 실재와 이상 사이의 간극에서 우리의 위치를 고민하게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또한 이 작품의 요소는 거울을 포함한 사운드, 거울에 투영되는 구름 모양의 영상화면까지 아우른다. 우리가 <새드 미러>앞에 서 있는 순간은 그래서 자신의 실제 자아를 반사하는 동시에 우리 귀에 들려오는 소리와 화면까지 볼 수 있는 이미지이다.
<새드 미러>는 이용백이 선배의 실종을 갑작스럽게 맞이했던 일상의 재난처럼,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의 현재를 보여주려는 일종의 외침일지도 모른다. 비현실적인 일상 앞에서 우리는 때로는 할 말을 잃고 슬픔을 표현할 길 없어 망연자실한다.
동시대에 더더욱 우리가 처한 현실의 벽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듯, <새드 미러>는 2007년에 완성되었지만 그 당시의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무거운 마음의 무게를 비추는 듯 애잔함을 전한다.
/김현정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