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불모지던 인천섬… '미래 먹거리' 상생 신바람 불것"
'녹색에너지 전환' 국내 탄소중립 기조와 부합… 도전 가능성 발견
어업활동 영향 최소화 약속 등 3년간 설득해 인근 섬주민 반대 극복
사업성공 디딤돌 될 '배후항만'… 3년내 확보 목표로 관계기관 협의
인천 앞바다에서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 중인 '오스테드(Ørsted)'는 덴마크 국영 에너지 기업이다. 본래 석유 등 화석연료를 생산하던 기업이었지만, 2012년부터 재생에너지 사업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오스테드는 인천 옹진군 덕적도 서쪽 50㎞·35㎞ 해상 두 곳에 각각 800㎿씩, 총 1천600㎿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오스테드가 한국 풍력시장에 진출한 시기는 2018년이다. 국내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고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오스테드코리아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정민 대표는 오스테드의 '한국 상륙'부터 인천 앞바다의 입지 선정, 지난해 이뤄진 발전사업 허가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전북 전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 대표는 인천대학교 토목과를 졸업한 후 유니슨 해외풍력사업개발, 삼성물산 상사부문 신재생에너지 업무 등을 거쳐 오스테드 한국법인 첫 직원으로 입사했다.
박 대표는 "큰 조직에서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은 있지만, 한국 해상풍력 시장을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불안감도 컸다. 하지만 덴마크에 본사를 둔 오스테드가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던 점, 회사가 추구하는 녹색에너지 전환이 국내 탄소중립 기조와 부합하는 점 등에서 미래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오스테드가 한국 시장 진출 후 해상풍력 입지로 인천 앞바다를 선정하기까지는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시장조사를 진행하면서 인천이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한 최적의 해상풍력 대상지라는 판단이 섰다.
이후 오스테드는 2020년부터 인천 앞바다의 풍황 계측에 나섰다. 인천 앞바다 풍력 자원이 사업성을 갖췄는지 따져보는 과정이다. 당초 계획은 약 1년간 풍력발전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한 후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 것이었지만 어민과 사업 대상지 인근 섬 주민들의 반대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인천은 해상풍력 불모지였다. 오스테드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인천 앞바다에서 사업 추진에 나서자 소규모 업체들도 우후죽순 몰려들었다. 섬 지역 주민, 어민에게 부정적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박 대표가 어민과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는 약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박 대표는 직접 섬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났고 상생을 위한 오스테드의 계획을 끊임없이 설명했다.
사업 입지부터 선점하려던 소규모 업체가 점점 모습을 감췄다. 오스테드가 추진한 발전사업 허가가 '주민수용성 확보' 문제로 두 차례 무산됐지만, 세 번째 도전인 지난해 12월 1.6GW 규모 인천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 허가를 얻어냈다.
박 대표는 "수차례 주민들을 만나 해상풍력사업을 설명하고 오해를 풀려고 노력했다. 어업활동에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해상풍력이 섬 지역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알렸다"며 "이제는 섬에 들어갈 때 터미널에서 뵙는 주민들과 웃으며 인사하는 사이가 됐고 최근에는 주민들과 대만의 해상풍력단지 견학을 진행했다"고 했다.
오스테드의 인천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발전사업 허가를 거쳐 최근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했다. 오는 2027년 발전단지를 착공해 2031년부터 신재생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지역과 상생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5월에는 인하대학교와 '해양자원 발전과 민·산·학·연 협력 및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역 대학교를 통해 해상풍력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교육 프로그램 등 주민지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인천 사업에 약 8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투자비 회수에 걸리는 기간은 20년 정도인데, 이 과정에 인력 채용, 인천 내 기업들과 협업, 유지보수 항만 건설 등이 포함된다. 모든 '서플라이 체인'이 인천지역에 의존하며 함께 가는 것"이라며 "일종의 선순환 구조다. 우리가 투자해 전력 판매 대금을 받지만 유지·보수와 인력 고용 등으로 지역사회가 다시 활력을 얻어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구조"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인천 해상풍력발전사업의 성공을 위해 배후항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과 함께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발전단지 건설을 위한 배후항만이 우선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2026~2027년 정도까지 배후항만이 마련돼야 발전단지 건설에 맞춰 필요 장비들을 운송할 수 있다"며 "인천신항과 영흥도 등이 유력 입지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배후항만이 늦어지면 인천 외 지역에 의존해 주요 시설 등을 운반해야 한다"며 "적정 시기에 인천에 배후항만이 확보될 수 있도록 인천시 등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인천 해상풍력단지가 생기면 약 130만 가구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매년 약 400만t의 이산화탄소 감축도 기대돼 국내 '2050 탄소중립' 달성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지역발전을 견인하면서 주민, 어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글/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박정민 대표는?
▲1979년생
▲전주영생고등학교 졸업
▲인천대학교 토목환경시스템 공학과 졸업
▲2024년~현재 오스테드 코리아 (대표, Country Manager)
▲2018~2024년 오스테드 코리아 (전무, Head of Market Development)
▲2011~2018년 삼성물산·상사부문·신재생에너지 온타리오팀·캐나다 1.4GW 풍력 및 태양광 개발
▲2006~2011년 유니슨(주) (해외풍력사업개발, Engineering company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