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기록만 2천시간… 무더위도 못 말리는 '주는 기쁨'


지역서도 알아주는 '봉사왕' 타이틀
자녀 친구들 불러 간식 해주기 등 재미
'사각지대' 각별… 수지침 배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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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 중앙동 통장협의회 25명의 회원들은 지난달 14일 마을 배수로 청소에 나섰다. 그날 날씨는 기록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배수로를 막고 있는 담배꽁초며 온갖 쓰레기들은 악취까지 뿜어냈다.

하지만 통장들은 누구 하나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고 농담을 주고 받으며 내점길, 교동길, 관악산길, 희망길까지 구석구석을 돌면서 배수로 쓰레기들을 싹싹 치워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나절 작업을 끝내고 나니 장마를 앞두고 배수로 걱정이 시원하게 사라졌다.

"무더위에 육체적으로도 힘든 일을 기꺼이 함께 해 주는 우리 통장님들이 고맙죠. 좋은 일을 함께해서 더 기쁘고, 서로 힘이 되니 더 고마운 게 아닐까요."

중앙동 통장들이 이렇게 봉사활동에 발 벗고 나선 중심에는 이명숙(64)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은 과천시에서도 알아주는 '봉사왕'이다. 자원봉사센터에 기록된 봉사시간만 2천시간을 훌쩍 넘는다. 사실은 기록되지 않은 기간이 더 길고, 기록하지 않은 봉사활동이 더 많다.

이 회장은 "봉사라는 게 남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면 힘들어서 못한다. 스스로 기뻐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봉사가 되어야 힘들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일찍부터 누군가를 위해 '주는 것'이 기뻤다고 한다. 아이가 어릴 때 친구들을 불러모아 밥을 해주고 치킨이나 튀김 같은 간식을 해 주며 재미와 기쁨을 알았다. 아이가 중학생이 돼 학교와 학원 때문에 그렇게 해 줄 수 없게 되자 본격적인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그는 "그렇게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재향군인회와 농협 고향주부모임 등 여러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 왔다. 통장협의회 회장은 2020년 가을부터 맡고 있는데, 우리 통장님들께서 열정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해 주셔서 어느 때보다 재미있고 기쁘게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과 통장들은 특히 돌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매월 2만원씩 회비를 모아 팥죽이며 수박을 들고 찾아가는 곳은 저소득층·장애인 등으로 지정되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들이다. 이런 어려운 이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통장들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는 어르신이나 몸이 불편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작년에 수지침을 배웠다. 그렇게 스스로 좋아서, 어느덧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된 봉사가 진짜 봉사라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과천/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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