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2)] 스스로 끊을 수 있다는 착각


'주변의 도움' 필수적 요소 여겨
'갈망' 올때 서로 손잡고 버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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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끊어내는 단약을 위해선 주변인들의 응원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경인일보DB

 

마약을 끊어내는, '단약'은 마라톤과 같다. 치료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아주 오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차이가 있다면, 경쟁과 승자가 있는 마라톤과 달리 단약은 마약중독이란 병을 함께 이겨내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동료는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간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단약 치료 중인 마약중독자들 곁에는 대부분 이 과정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것은 가족이기도 했고 치료 및 재활전문가이기도 했다. 또 중독자들이 서로 동료가 돼주기도 했다. 그만큼 단약을 할때 '주변의 도움'은 필수적인 요소로 여긴다.

그래서 마약중독자가 '나 마약을 했다'고 주변에 투약 사실을 알리거나 '마약을 끊고싶다'는 도움을 요청할 때, 날선 비판보다 애정어린 응원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살때부터 마약을 시작한 김경호(가명)씨는 2년째 단약 중이다. 호기심에 시작한 마약은 어느새 삶의 중심이 돼버렸고 한때는 밀매상으로도 활동했다. 혼자서 마약을 끊어내려 몸부림을 쳐봤지만, 눈 떠보면 다시 손을 대고 있었다. '스스로 끊을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올해 초 문을 닫은 민간 마약중독재활치료시설인 경기 다르크를 찾아간 것은 그 절실함이었다. 이 곳에서 그는 같은 처지의 차규성(가명)씨를 만났다. 둘은 늘 붙어다녔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갈망을 통제하기 위해 서로를 감시하고, 때론 위로하며 응원했다. 한명이 갈망이 올때, 다른 한명이 손을 붙잡고 울면서 말리는 일이 허다했다.

"갈망이 심하게 올때 술에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섞어 마셔버렸어요. 그러고, 기억이 전부 날아가버렸는데 제가 마약을 찾고 있었나봐요. 그때 규성이형이 저를 막았어요. 그러면 안된다고, 제 손을 꽉 잡으며 막았습니다."

실제로 마약을 억눌러오다 참지 못하는 지경을 보통 '갈망'이라고 말하는데, 그 갈망이 임계점에 달하면 마약중독자는 아주 작은 스트레스에도 단약을 멈춘다.

규성씨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저는 (단약하다 다시 마약을 하면) 더 힘들어지는 걸 잘 아니까요. 회복하던 중에 넘어지면, 더 힘들어집니다. 그때부턴 마약을 해도 즐겁지가 않아요. 문제는 마약을 한 순간부터 회복하려던 마음이 다시 올라와요. 내 자신이 한심하고, 괴로움이 듭니다. 그때부턴 고통뿐이에요."

전문가들도 마약중독을 혼자 이겨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마약중독치료 전문병원인 인천 참사랑병원의 김재성 원장은 "단약을 오래해 증상 없이 유지되는 '관해상태'가 돼도 완치라고 보기 어렵다. 평생동안 경각심을 가지고 유지해야 하는 질환인데, 얼마든지 다시 손을 댈 수 있다. 그땐 더 격렬하고 끔찍하게 이전에 쌓아올렸던 것을 무너지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혼자 있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진심어린 지지, 애정어린 감시로 반드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공지영·이시은·이영지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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