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안목 중요… ‘첫 나무’ 심는 시장될 것”
‘1호 결재’ 1기신도시 지원 기구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탄생 ‘기억’
47번국도 지하화·신분당선 연장등
정부부처 부지런히 협조 구할 것
비를 좋아하는 하은호 군포시장은 2년 전부터 비가 오면 근심이 앞섰다. 2022년 7월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비가 내려 군포시 일대에 침수 피해가 컸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맘처럼 쉽지 않았다. 날씨 문제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군포시 상황이 전반적으로 그랬다. 작은 도시는 삶도, 죽음도 무엇 하나 수월하지 않았다. 지역 전반이 노후화돼 주거 재정비 수요가 산적했고 지상을 관통하는 철도 역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장사 시설도 변변치 않아 인생의 마지막조차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취임하고 2년, 쌓인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내는데 하 시장이 매진해온 이유다.
오래되고 낡았지만, 군포의 가치는 지금 평가받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 시장은 “오랫동안 군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시장이 되기 전부터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우리 지역에 간절하게 필요했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나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탄력을 받게 됐다. 열망을 가지면, 간절하게 원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군포의 재평가’에만 매진해왔다. 단기에 이뤄지긴 어려워도 지금 토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 열심히 해왔다”고 회고했다.
이런 점과 맞물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만들어진 점, 1기 신도시가 소재한 5개 지자체 중 군포시에 미래도시지원센터가 들어섰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라고 했다. 그의 1호 결재 역시 1기 신도시 지원기구를 만들라는 지시였다. 하 시장은 “우리 시는 원도심과 1기 신도시로 구성돼있다. 여러 문제가 복합돼있다. 일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새로 짓는 것이다. 제도가 필요했고 지원 기구가 있어야 했다. 시장이 되기 전부터 필요성을 역설해왔고 여론 형성에 주력해왔다. 그런 노력이 실현돼 단적으로 나타난 게 특별법과 미래도시지원센터다. 기억에 많이 남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의 시정 만족도를 점수로 묻자 “저 스스로는 ‘정말 잘했다’고 여긴다. 10점 만점이면 10점을 주고 싶다. 다만 공무원들과의 소통 측면에선 스스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남은 기간 소통에 더 힘쓰려고 한다”며 “지난 2년간은 저 스스로 목표가 뚜렷했다보니 그런 점을 밀어붙이는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사실 정부 공모에 응해 산본천 복원 사업 국비를 따낸 것도 우리 시 공무원들의 역량이었다. 공무원들과 조금 더 소통하고 머리를 맞대 좋은 정책을 개발하고 함께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임기 후반기엔 지금까지 주력해온 주거 환경 개선 문제 등에 더해 47번 국도 지하화와 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 개선과 일자리 창출에도 보다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각 정부부처에도 부지런히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정치적 상황 등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 시장은 “시장이 처음 됐을 때 함백산 추모공원 참여 문제 등 여러 일들을 하면서 정당이 달라 형성되는 벽 같은 것을 적지 않게 느꼈다. 지금도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지역을 살기좋은 데로 만드는 게 일단 중요하지 않나. 시장이 해야할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집중해서 달려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열매를 얻진 못하더라도 씨앗을 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미래 도시로 재탄생한 1기 신도시를 지금 당장 만날 수는 없지만 토대가 될 제도를 만드는 일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하 시장은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시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하 시장은 “얼마 전에 누군가 수리산에 단풍나무를 가득 심자는 제안을 해왔다. 50년 장기 계획을 갖고 한 그루씩, 한 그루씩 심다보면 어느새 단풍으로 덮여 아름다운 산이 될 것이다. 아니면 사과나무라도 시 곳곳에 심는 것이다. 사과나무가 시 전체를 덮고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하지 않나. 철쭉 동산도 하나씩 철쭉을 심은 게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다. 우리 시가 관광 자원이 많지 않으니 전국적으로 눈길을 끌 수 있는 그런 방안을 제안해온 것”이라며 “많은 단체장이 임기 동안의 실적을 바라는데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긴 안목과 계획을 갖고 지금 씨를 뿌려놓는 게 중요하다. 언뜻 작아보여도 지금 해야 할 투자를 해야 한다. 도시를 위해 필요한 것은 그런 것이다. 대단한 성과가 아니더라도 아주 나중에 ‘하은호라는 시장이 있을 때 처음 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치 않겠나”라고 했다. 가장 첫 번째 나무를 심는, 하 시장은 그런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