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의 '경기도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예술로 대중과 소통하고, 이를 삶 속에 녹여내는 것에서 출발했다. 어렵거나 멀리 있다고 느껴졌던 예술이 생활공간에서도 지속될 수 있도록 한 경기도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각 지역의 특성과 주제를 접목시켰다는 것에 있다.
건물이 있는 장소, 주변 환경, 이용하는 지역 주민 등을 고려해 기획된 공간은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쓰일 수 있도록 했다.
경인일보는 이러한 경기도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된 곳들을 찾아, 만들어진 과정과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등을 소개한다.
결국 예술이 결합된 지역의 문화 요소가 공간을 활용하는 사람들 속에 자리잡아 간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한 것이 아닐까. → 편집자 주
초록빛 춤추는 벼들 재롱에 미소짓는 건물들
버섯 키우다 운영 중단되자 창고 사용
쌀 중심 발전한 마을 문화 담아 재탄생
쌀 쌍시옷처럼 지붕 'ㅅ' 모양 4개 조합
마을 사랑방·전시장·카페 등 공간 활용
초록빛을 가득 띤 벼들이 바람에 물결치듯 일렁이는 논과 밭길을 따라 도착한 평택 오성면의 '공간미학'은 원래 버섯을 키우던 공간이었다. 2001년 버섯작물에 대한 경쟁력이 상실되면서 운영이 중단된 이곳은 일부 농기계 창고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원래 목적을 상실한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주민들과 함께 논의한 결과 쌀을 중심으로 발전한 마을의 문화를 녹여낸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게 됐다.
건물의 외관은 최대한 보존했다. 대신 원래 지붕의 'ㅅ'자 모양에 높이와 방향이 서로 다른 지붕을 조합해 새로움을 더했다. 4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창고들은 '쌀'의 쌍시옷처럼 2동씩 분리해 결합시켰다.
그렇게 1동은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마을의 사랑방과 전시장으로, 1동은 휴게 카페와 다목적 공간을 두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건물 사이에 나무 한 그루는 없애지 않고 중정처럼 만들었다. 말라 있는 듯했던 나무에는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자라난 초록잎들이 주변을 감싸며 한결 싱그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기존 창고의 내부공간 형태와 공간 사용방식이 전시장과 비슷했던 전시동은 신1리에서 신4리까지 지역 주민들이 모인 마을 잔치도, 다채로운 공연도 열린다. 위와 아래에 뚫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정면에 마치 액자처럼 보이는 창문은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현재 이 공간에서는 경기미술창고 소장품 기획전 '자연이 머무는 곳'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지역 작가와 청년 신진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경기미술창고의 소장품 가운데 자연과 관련된 25점의 작품이 공간을 채웠다.
차창 밖으로 지나쳤던 자연 풍경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된 이한정 작가의 '밭'은 과거에 본 장면을 현재의 내가 가진 감정들로 재현한 작품이다. 수묵과 채색으로 담담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한칭·모나 작가의 'Sediment'는 에든버러의 고대 유적지에 쌓여있는 돌을 촬영해 침착되고 깎인 돌의 표면으로 자연이 품고 있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왕열 작가의 '신 무릉도원-동행'은 몽환적이면서도 묘한 청색 바탕에 하얀 새 세 마리가 날아가는 모습은 유토피아를 향해 동행하는 가족의 모습처럼 보인다.
같은 풍경을 보아도 느끼는 감정이 각각 다르듯, 기법과 표현·소재가 다양한 작품을 자연이 보이는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온다. 이 전시는 이달 말까지 이어지며 경기문화재단은 8월 중 다음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른쪽 카페동에서는 중앙에 위치한 카페를 중심으로 너른 공간이 펼쳐진다. 입구에는 신리에서 만들어진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미듬영농조합에서 만든 라이스칩과 쌀카스텔라 등은 스타벅스와 마켓컬리 등에 납품될 정도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카페에서는 신리의 쌀빵 브랜드인 바비브레드가 입점돼 있다. 대기업에 납품되고 있다는 '배빵'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빵들을 맛볼 수 있는데, 인기가 좋은 빵들은 금세 팔려나갔다.
지역주민들이 담소를 나누는 장소로, 이곳에 놀러온 손님들의 휴식장소로 활용되는 이곳은 지역에서 열리는 강의와 회의, 영화 감상과 체험 프로그램, 신리의 먹을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를 한데 묶은 신리여행의 한 코스로서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